[FETV=권지현 기자] 국내 외환 건전성 지표로 여겨지는 단기외채 비율이 올해 1분기 40%를 다시 넘어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기관의 해외 차입이 일시적으로 늘면서 단기외채가 72억달러 급증한 영향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순대외금융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46%를 차지하는 만큼 대외지급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은 2조2004억달러로 전분기 말(2조1687억달러) 대비 317억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조4274억달러로 전 분기 말(1조3974억달러)에 비해 300억달러 증가했다.
이에 3월 말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 잔액은 전분기 말 대비 17억달러 늘어난 7730억달러로 집계됐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해외투자를 포함한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로 분류되는 대외금융부채를 뺀 수치다.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능력을 의미한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SVB와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3월 중순 이후 차익거래 유인이 일시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외은지점의 차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외금융자산을 투자형태별로 보면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글로벌 주가 상승 등 비거래 요인(275억달러)에 367억달러 증가했다. 이 중 지분증권은 339억달러, 부채성증권은 28억달러씩 늘었다. 거주자의 직접투자도 지분투자(156억달러)를 중심으로 162억달러 증가했다. 통상 지분투자는 10%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한 것을 말한다.
대외금융부채의 경우 국내 주가 상승 등에 따라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339억달러 늘었다. 거래요인에서 외국인의 증권투자는 지분증권이 58억달러 늘었으나, 부채성증권은 23억달러 감소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 등의 비거래 요인의 여파로 지분투자(-30억달러) 중심으로 19억달러 감소했다.
대외채무 가운데 1년 이하의 만기로 외국에서 빌려온 대출을 뜻하는 단기외채는 72억달러 증가했다. 반면 장기외채는 일반정부의 부채성증권(-68억달러)과 중앙은행의 부채성증권(-22억달러)이 줄면서 75억달러 감소했다. 이에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를 의미하는 단기외채 비중은 26.1%로 전분기 말 대비 1.1%포인트(p) 상승했다.
준비자산(외환보유액·4260억7000만달러) 대비 단기외채 비중인 단기외채 비율은 같은 기간 1.4%p 오른 40.8%를 기록했다. 단기외채 비율은 지난해 2분기(42.3%), 3분기(41.1%), 4분기(39.3%)까지 꾸준히 내렸다가 올 들어 다시 40%대를 기록했다.
유 팀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가 1조6643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GDP의 46%를 순대외금융자산으로 갖고 있는 셈"이라며 "GDP 40% 이상의 순대외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외화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외 지급 능력과 외채 건전성 측면에서의 대외건전성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