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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내부통제 강화 '진심'

준법감시인 활동 강화 등 그룹 '조직 문화' 바꾸기 분주
수년간 '내부통제 부실'로 곤욕...임종룡 체제 힘 싣기도

 

[FETV=권지현 기자] 영업, 디지털, 재무, 전략 담당 임원이 아니었다. 요즘 우리금융그룹에서 가장 바쁜 임원은 준법감시인 전재화 상무보다.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하는 경우 이를 조사해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는 중책을 맡은 자리다. 

 

전재화 준법감시인이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며 그룹과 계열사의 내부통제 역량을 한껏 끌어올리려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달 24일 취임 당시 "조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이 최근 몇 년 간 내부통제 관련 사태로 곤욕을 치른 만큼, 임 회장과 준법감시인 앞에는 조직의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 과제가 놓여있다. 경북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전 상무보는 2019년 우리금융지주 준법지원부장 등을 거쳐 지난 7일 임원으로 승진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달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을 출범, 최근 우리자산운용에 대한 현장점검을 마쳤다. 우리금융 그룹사의 준법감시, 자금세탁방지 실무자 22명으로 구성된 현장자문단은 그룹사별로 운영 중인 내부통제 현황을 들여다보고 개선안을 제시해 그룹의 준법감시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장자문단은 전재화 준법감시인이 총괄한다. 현재 우리금융은 15개 자회사별로 준법감시인이 1명씩 있고, 지주의 전 상무보까지 모두 16명이지만 전 상무보가 사실상 현장자문단 수장 역할을 맡는다.

 

현장점검을 받는 자회사는 우리자산운용 외에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 등 모두 6개사로, 현장자문단 인력 2~3명이 번갈아 가면서 각 계열사의 내부통제 현황을 들여다본다. 가장 덩치가 큰 우리은행은 8월 말~9월 초 내부통제 현장검사가 예정돼 있다.

 

우리금융 준법지원부 관계자는 "전재화 준법감시인이 현장자문단 제도의 틀을 주관해서 만들었으며, 6개 자회사의 현장점검을 전 상무보가 최종적으로 평가해 그룹 전체의 내부통제 상향 평준화를 이끌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상무보는 지난달 말 '우리금융그룹 내부통제 전문가과정'을 개설하는 자리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금융이 연세대 법무대학원과 손잡고 신설하는 이번 교육과정은 실무 담당자를 위한 중요 금융 법제에 대한 3개월 교육과 임원과 부서장을 대상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에 대한 특강으로 운영된다. 그는 지난 7일에도 그룹사의 준법, IT부서 임직원 32명과 함께 'IT내부통제 워크숍'을 열고 IT관련 법령, AI거버넌스, IT비상계획 등을 살펴봤다.

 

약 보름 새 이뤄진 이 같은 전 상무보의 행보는 5일에 한 번꼴로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금융권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신임 임원인 전 상무보가 전 그룹사를 뛰어다니며 그룹의 내부통제 수준을 높이려는 것은 임 회장의 '의지'를 잘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에 있어 '내부통제 강화'는 오랜 과제다. 지난해에는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으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거의 매년 외부 민원, 배임, 성희롱과 금품 수수 등으로 관련 직원들이 징계 조처됐다. 앞서 우리금융을 이끈 손태승 전 회장은 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 부실 등을 사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결국 손 회장이 '징계 근거가 없으니 이를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으나, 우리금융은 '찝찝한' 내부통제 현황을 손봐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한번 확인받았다. 

 

임 회장은 취임 전인 지난달 7일,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회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회장과 15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협의체로, 기업문화의 핵심인 인사·평가제도, 경영 승계프로그램 등을 손본다. 내부통제 강화도 이곳에서 다루는데, 전 상무보가 그룹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만큼 임 회장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 회장이 취임 전부터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개선 등을 추진할 TF를 구성하고 준법감시인에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지시한 것은 그가 그룹의 내부통제를 엄중히 들여다보고 뜯어고치고 싶어 한다는 방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연세대와의 교육과정은 그룹 회장의 새로운 조직혁신 등을 반영해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한 것"이라며 "그룹사 전반적으로 내부통제 수준을 제고할 수 있도록 관련 워크숍 등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