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시대를 이끄는 혁신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한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이 'HD현대'로 이름을 바꾸고 '100년 기업'을 향한 새출발을 알렸다. 사옥도 계동에서 판교로 이전하면서 전통보다 혁신에 힘을 실었단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HD현대그룹은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글로벌R&D센터(GRC)에서 50주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그룹 공식 명칭 변경을 알렸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이라는 명칭은 2002년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이후 써 왔으나 그룹 역사는 현대울산조선소 기공식이 있었던 50년 전(1972년)부터로 인정됐다.
이번 명칭 변경 사전 작업으로 지난 3월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사명을 HD현대로 바꾸고 정기선 사장을 대표로 선임한 바 있다. 사명 변경은 제조업 중심 이미지를 탈피해 투자 지주회사로서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미래선박,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사업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HD현대는 이번 비전 선포식에서 조선해양·에너지·산업기계 부문에서 3대 비전을 공개했다. 조선해양 부문에선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 실현'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정기선 사장은 "전동화, 무인화, 친환경 연료 기술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선박을 만들겠다"며 "해상 인프라스트럭처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해 해양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부문에선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현'을 비전으로 삼았다. 정기선 사장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고효율·친환경 산업용 고부가 복합소재를 개발할 것"이라며 "수소·바이오 등 청정 에너지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기계 부문 비전으로는 '시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산업 솔루션 제공'을 내세웠다.
정기선 사장은 기업 문화 개선도 약속했다. 이탈리아 조각가 로렌초 퀸의 '투게더(TOGETHER)'를 사례로 들며 "50년 전 정주영 회장께서 울산 미포만 백사장을 앞에 두고 미래를 그렸을 마음대로 또 다른 50년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다"며 "더 스마트한 근무 환경과 기업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업 문화 지향점으로는 세상을 이끄는 혁신, 두려움 없는 도전, 서로에 대한 존중, 모두를 위한 안전을 내세웠다. 혁신을 내세운 정기선 사장이 이번 비전 선포식을 통해 판교 시대를 공식화하면서 그동안 수도권 허브 역할을 했던 계동 사옥은 과거로 남게 됐다.
정기선 사장은 "지난 50년 우리의 여정은 매 순간이 대한민국 최초, 세계 최초의 '역사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앞으로의 50년, 그리고 100년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또 다른 도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하고 과거의 방식을 계속 고집하다가는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비전 선포식을 계기로 정기선 사장의 경영 승계가 보다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기선 사장이 HD현대 연구개발 역량이 모인 GRC 입주에 공을 들인 데다, 사명·CI 변경에도 적극 나섰던 만큼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지분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정기선 사장이 현재 보유한 지주회사인 HD현대 지분은 5.26%다.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 26.6%를 넘겨받아야 안정적인 승계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선포식을 계기로 정 사장의 젊은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며 "세습 경영을 위해 편법 승계를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