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또다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대폭 인상했다. 지난 6,7,9월에 이은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이다.
연준은 2일 오후(현지시각) 금리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 후 성명을 내고 현재 3.00~3.25%인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미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14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연준이 사상 처음으로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것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4연속 0.75%p 금리 인상이라는 초유의 조처를 한 것이다.
9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2% 치솟았다. 같은 기간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6.2%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9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올랐다. 이는 전월 4.9% 기록을 깬 것이다.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가장 정확한 물가 지표로 여기는 지표로, 연준은 이 수치를 바탕으로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또다시 밟으면서 미 기준금리 상단은 현행 3.00%인 한국 금리보다 1.00%p 높아졌다. 앞서 연준이 지난 9월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뒤 미 기준금리(3.00~3.25)는 한국(3.00%)과 0.25%p 금리차를 보였으나 이번 인상으로 양국 금리차는 1.00%로 대폭 확대됐다.
1%p 격차는 한미 금리 역전기인 2018년 3월~2020년 2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금리차가 커질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외환시장에도 큰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을 잡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반드시 1대 1로 따라 가진 않지만 금리차가 벌어지면 그로 인해 물가와 금융안정의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며 "미국과의 금리차가 과도하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오는 2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한은이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10월 결정과 같이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이 이뤄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미 금리차 확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버퍼를 마련하기 위해선 빅스텝을 단행해야 하지만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자칫 한국 경제와 취약 자추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빅스텝을 단행한 뒤 "9월에 원화 가치가 급격히 절하된 것이 (빅스텝)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며 "환율의 급격한 절하는 수입 물가를 올려 물가 상승률이 피크를 이룬 다음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기간 지속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3일 오전 비상경제금융회의을 갖고 FOMC 결과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동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다.
한편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금리 인상폭에 대해) 향후 긴축 누적과 경제 영향을 고려할 것"이라며 내달 열리는 FOMC에서는 초강경 통화긴축 기조가 누그러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지난 9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에서 다소 물러선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