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신진 기자] 코스피지수가 22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증시 방향성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 전망에 따라 투자 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 레고랜드 발 단기 자금시장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하방 압력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25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0.88포인트(0.04%) 오른 2237.04에 개장하며 2거래일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04% 오른 2236.16에 거래를 마감하며 3거래일만에 2230선을 회복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3248억원, 1498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국내 증시는 연준이 과도한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지난 21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가 “정책금리 인상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발언이 계기가 됐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까지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 상승세가 확대됐으나 10~11월 들어서는 서비스, 주거비 상승률 둔화로 핵심물가 상승률도 정점을 통과하는 모습이 확인될 것”이라며 “11월 75bp(1bp=0.01%포인트) 인상 이후 12월 50bp 인상으로 감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난 24일 정부가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50조원+알파(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한 점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레고랜드 채무에 대한 빚보증을 약속했던 강원도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됐다. 이로 인해 자금시장 경색이 심해지자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등의 자금 지원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 조치는 긍정적이나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을 원하는 시장에서 23일 발표된 정부 조치는 단기적인 투자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나 한국은행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시 반등에도 회의론은 여전하다. 이번주부터 상장 기업들의 본격적인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에 따른 수요 둔화로 이들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매도가 급증한 점도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은 5620억원으로 지난 8월(3493억원), 9월(4906억원)에 이어 연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으로, 주가 하락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맥쿼리증권은 최근 발간된 한국시장 보고서에서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2600에서 2400으로 낮췄다. 전망 상단은 2800에서 2600선으로 하단은 2100에서 1900으로 내리며 코스피가 2000선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레고랜드’ 사태가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의 불안요소로 자리하는 만큼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가장 꺼리는 신용위험이 부상 중으로 단기 자금시장 문제가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차이)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연말까지 신용시장이 약세인 가운데 건설, 증권 등의 업종의 흔들림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