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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지난해 공개됐다. 상장사는 해당 지침을 따라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밸류업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시장과 맺은 약속이기도 했다. 이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FETV가 각 사의 이행 현황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
[FETV=나연지 기자]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1년 새 230% 뛰었다. AI 메모리 시장에서 HBM4·321단 낸드 선점, 설비투자 절제, R&D 효율화, 재무 정상화가 동시에 진전되며 밸류에이션이 한 단계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밸류업 계획 발표 직후인 2024년 11월 123조에서 2025년 10월 407조로 뛰었다. 매출은 전년 누적 66조1296억원에서 올해 64조32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증가세로 돌아서며 체질 개선이 뚜렷해졌다. ‘매출 감소–시총 급등’ 디커플링의 배경에는 기술 우위·투자 규율·재무 정상화가 동시에 작동한 점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HBM4 선점이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월 12단 HBM4 샘플을 공급한 데 이어 9월 양산 체제를 갖추며 AI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낸드에서도 321단 제품을 가장 먼저 양산하고 QLC 라인업으로 확장하며 초고단 경쟁을 주도했다.
기술 경쟁력은 연구개발비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DART 기준 SK하이닉스의 2025년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3조4864억원으로 전년(4조6472억원)보다 줄었다. HBM4·321단 낸드 개발이 양산 단계로 넘어가며 ‘집중 개발에서 양산 효율화’로 전환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업계는 “개발비 축소가 기술력 약화가 아니라, 완성된 기술의 수익화 국면에 들어선 신호”라고 평가한다.
투자 기조도 변화했다. DART 현금흐름 기준 2025년 3분기 유형자산 취득액은 1조5648억원, 처분액은 1조446억원으로 설비투자 속도가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물렀다. 회사의 3개년 이동평균 CAPEX매출 비중은 27.8%로, 과잉 증설을 피하며 공급 리스크를 억제했다는 평가다. 이는 업황 반등 구간에서도 공급량을 조절하며 제품 믹스를 고부가 구조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재무 지표도 안정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전년 1조8747억원에서 2025년 3분기 3조251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급등을 단순한 AI 호황의 반사효과로 보지 않는다. 기술 초격차와 공급 규율, R&D 강화, 재무 정상화가 동시에 진전되면서 기업가치 평가 수준이 새롭게 설정된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AI 메모리 확장기에서 기술 경쟁력이 실제 밸류에이션으로 반영된 대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