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신진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손을 잡았다.
시장에서 업계 1위 업비트와 케이뱅크 제휴 사례처럼 계좌의 ‘편리함’을 앞세워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3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최근 카뱅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시중은행이 아닌 인터넷은행과 손을 잡은 두 번째 사례다. 특정금융정보법상 거래소가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함께 실명계좌 요건을 갖춰야 한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빗썸·코인원은 농협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다.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각각 손을 잡고 있다.
코인원과 카뱅의 실명계좌 제휴 협업 가능성은 지난 5월부터 관측됐다. 카뱅은 올해 초부터 가상자산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일부 거래소들과 가상자산 관련 스터디를 함께하며 코인원과의 인연도 시작됐다. 윤호영 카뱅 대표는 직접 나서 가상자산에 관한 비즈니스를 검토하고 있다며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코인원과 카뱅의 실명계좌 발급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앞서 업비트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2020년 6월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으면서 가상자산 업계 진입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비트에서 계좌를 개설할 경우 지점에 방문할 필요가 없이 간편하게 모바일 절차 만으로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시중은행과 제휴한 거래소들의 고객들은 연동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카뱅은 은행권 중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코인원이 카뱅과의 제휴를 기대하는 대목이다. 카뱅의 MAU는 1540만명 수준으로 해마다 그 숫자가 늘고 있다. 20·30대 비중이 절반이며 중장년층의 비율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카카오그룹과의 시너지와 함께, 편리함을 기반으로 이들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코인원과 농협은행과의 관계도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국내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에는 암묵적인 ‘1거래소 1은행’ 원칙이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관행은 명문화된 규정이 아니어서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코인원은 지난 3월 25일부터 농협은행과 1년 단위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약확인서 발급을 체결해 계약 만료기간이 7개월 가량 남아있다. 두 은행과의 제휴가 가능해진다면 코인원은 '1사 1은행' 원칙을 깬 최초 거래소가 된다. 고객 기반 또한 넓어져 매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1사1은행’ 룰이 명문화돼 있는 것은 없으며,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사항이다”라며 “코인원이 FIU에 실명계좌 발급 은행 변경신고를 할 때 이 룰에 대한 협의가 오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