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40년여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이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약 2년 반 만에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한국은행도 미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향후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 수준으로 상승,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미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것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연준이 이례적으로 한 달 만에 또 다시 기준금리를 0.75%p 올린 것은 '물가와의 전쟁' 때문이다. 6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1%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다음 위원회(9월)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결정은 지금부터 그때까지 나오는 (경제)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향후 몇 달간 물가상승률이 내려간다는 강력한 증거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연준도 이날 성명에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릴 것을 강력하게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들어오는 정보가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할 경우 적절하게 통화 정책의 입장을 조정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 동향과 경기 전망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을 추가했다. 그는 "통화정책 기조가 추가로 긴축됨에 따라 누적된 정책 조정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하는 동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언급, 결국 금리 인상 폭이 축소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파월의 이런 발언에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폭을 늘렸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4.06% 치솟으며 거래를 마쳤다.
파월 의장은 물가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경제가 현재 침체 국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준도 성명을 통해 "소비와 생산 지표가 둔화하긴 했지만 노동 시장은 강건하고 실업률은 낮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지만 한은이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을 예고한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예상했기 때문에 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금리 역전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줄이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금리 역전만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의미하게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