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에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가 다음달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QT)에 착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과 CNBC방송은 브레이너드 이사가 5일(현지시간)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가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오는 5월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언급하면서 "통화긴축은 대차대조표의 빠른 축소와 꾸준한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다"며 "이전 (경제회복) 주기에 비해 회복이 훨씬 더 강하고 빠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직전 긴축 시기였던) 지난 2017∼2019년과 비교해 훨씬 더 빠르게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권은 지난번 FOMC 의사록 공개를 하루 앞두고 나온 이번 발언을 주목하며 긴축 관련 예상보다 강경한 발언들이 의사록에 담겼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의사록은 한국 시간으로 오늘 밤 공개된다.
연준에서 가장 시장친화적이며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성향 인사로 알려진 브레이너드는 연내 7회 금리인상(0.25%포인트(p) 기준)을 예상한 동료 위원들과 대체로 뜻을 같이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더 강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상방 리스크가 있다"며 "FOMC는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더 강력한 조치가 정당하다는 걸 나타낼 경우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연준 2인자이며 영향력 있는 FOMC 위원 중 한명인 브레이너드의 이 발언을 두고 "시장에 던질 수 있는 가장 강한 메시지이며,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다 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오는 FOMC에서 한 번에 기준금리 0.5%p를 올리는 '빅컷'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브레이너드는 또한 "장단기 미 국채 수익률곡선 역전 등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다른 지표들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연준 이사 발언에 미국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하루 만에 12.4bp(1bp=0.01%p) 오르며 2.536%를 기록, '심리적 저항선'인 2.5%를 넘어섰다. 나스닥 성장주도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7.52p(1.26%) 떨어진 4,525.1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28.39포인트(2.26%) 밀린 14,204.17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미 5일 서울 채권시장에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2bp 오른 연 2.879%에 장을 마쳤다. 3년물 금리는 3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하며 2014년 4월 24일(연 2.880%)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물도 최고가를 다시 썼다. 10년물 금리는 1.5bp 오른 연 3.080%로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이에 10년물과 3년물 간 장단기 금리차는 20.1bp로 좁혀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미국 기준 하루 조정폭으로선 의미 있는 수치가 나왔다"며 "글로벌 자산 배분 입장에선 절대금리가 오르면 주식 투자 의욕이 감퇴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미 연준의 결정이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