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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종합]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불가리스 책임지고 사퇴...경영권 승계없다"

"뼈를 깎는 쇄신 노력 지켜봐달라"
"회사 성장만 바라봐 기대에 부응못했다"
2013년 밀어내기, 2020년 댓글 사건 사과
불가리스 사태 22일만...이광범 대표도 사의

 

[FETV=김윤섭 기자] 남양유업 오너인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로 고개를 숙였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 4일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불가리스 사태'로 악화한 여론를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도 불가리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3일 사의를 밝혔고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는 보직해임된 상태다. 홍 회장은 앞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혐의와 관련해 본인 명의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다만 앞서 두 번 모두 직접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 '불가리스'로 뜨고 '불가리스'에 역풍...홍 회장 대국민 사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3층 대강당에서 진행한 ‘불가리스 사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라고 밝히고 고개를 숙였다. 발효유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지 22일 만이다.

 

홍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남양유업이 일으킨 파동에 관한 소해와 향후 대응에 대한 내용을 담은 회견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이 코로나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 관련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했을 국민과 현장에서 고통받을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에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에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과 관련한 과거의 논란들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파동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파동 등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이어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저는 회장직 물러나겠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두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도 없다”라고 했다. 회견문을 읽던 도중 홍 회장은 감정이 북받친 듯 흐느끼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뼈를 깎는 쇄신을 하는 남양을 지켜봐달라”라고 부탁의 말을 남겼다.

 

이번 논란은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박사는 "불가리스 섭취 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줄이고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물실험과 임상실험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자사 제품이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심포지엄 당일 8.57% 급등했고 불가리스 품절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식약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계속되는 등 논란이 불거지자 하락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연구결과를 성급히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남양유업 심포지엄 내용이 퍼지자 같은날 질병관리청은 남양유업 심포지엄 자료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특정 식품이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하지만 남양유업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이같은 검증이 누락됐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당사가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고발 조치했다. 학술 목적의 심포지엄은 광고로 보기 어렵지만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 연구 발표 내용과 남양유업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제품 홍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6일 남양유업이 사과문을 통해 심포지엄 과정에서 해당 실험이 인체 임상 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의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일으킨 점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남양유업 불매를 알리는 글이 이어지는 등 여파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 이광범 대표 사의 표명..."모든 책임 지겠다"

 

결국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3일 오전 임직원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불가리스 사태의 파장이 커지며 남양유업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 악화로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대리점주들도 단체 행동도 예고했다. 전국대리점주협회는 지난 달 29일 이 대표 퇴진과 대리점 정상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국 모든 대리점이 주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본사 측에 전달했다.


한편,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성 상무는 지난달 회삿돈 유용 의혹이 불거지자 보직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아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해당 의혹의 사실관계 여부는 현재 조사 중"이라며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차원에서 우선 보직 해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