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무직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사장까지 임금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직원들을 진화하기 위해 직접 나섰지만 직원들의 분노는 오히려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 설정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임원들의 급여는 오르고 직원들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제 2의 노조' 설립을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셀프 인상’ 자초한 현대차 정의선=정 회장은 지난 16일,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며 "기존 보상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체 직원의 눈높이를 좇아가지 못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성과금과 인사를 더 정확하고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 사이에 수익성이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직원들이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불만에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수익성 악화를 문제 삼으며 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발언이었지만 정 회장 스스로는 ‘셀프 인상’을 이뤄내며 직원들의 반감을 키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회장은 현대차에서만 보수로 2018년 22억1300만원 수령했고 이후 2019년 34억200만원, 2020년 40억800만원으로 계속 올렸다. 반면, 지난 2018년과 2020년을 비교한 직원들의 급여는 남성은 9300만원에서 8900만원, 여성은 73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각각 4.3%, 4.1% 줄어들었다.
현대차는 정 회장의 ‘급여’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임원급여 테이블 및 임원임금 책정기준 등 내부기준을 기초로 하여 직무·직급, 근속기간,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인재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여금’에 대해서는 “매출액 및 영업이익 등의 사업실적, 경영진으로서의 성과 및 기여도,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업실적을 바탕으로 임금이 증가했다는 설명이었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 한 게시자는 “경영진은 2018년 이후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과도한 충당금을 설정해 계속 성과급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4221억원, 2019년에는 3조605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세타2 직분사 엔진과 코나EV 화재사고로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했지만 충당금이 없었다면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 달성도 가능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사진=현대차]](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313/art_16171566181138_e6edeb.jpg)
◆사업실적으로 임원 임금은 오르고, 직원들은 정체=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등기이사 5명의 평균 보수는 2019년 22억500만원에서 지난해 19억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초를 끝으로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보수가 41억8000만원에서 7억3200만원으로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각 임원들의 급여는 오히려 상승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에서만 상여금으로 2019년 7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올해에는 이를 9억4600만원으로 올렸다. 이밖에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7억5900만원, 하언태 사장은 3억3200만원으로 상여금이 각각 94.6%, 95.2% 증가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서도 사업실적을 바탕으로 상여금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임원들의 상여금은 모두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로 직원들의 급여가 오르지 못했다는 정의선 회장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작년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격려금 120만원에 합의했다. 이는 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급 150%에 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한 2019년 대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직원들의 불만이 확산되자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해 성과금은 과거와 다르게 접근하고자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장 사장은 지난 29일, 현대차 직원들에 이메일을 발송하며 “경영진 역시 성과·보상에 대한 임직원 여러분의 실망과 아쉬움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덜어드릴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품질 문제에 따른 비용이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늘어나게 되면 그 만큼을 임직원 여러분과 나누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며 “성과금 지급 기준을 만들고 지급시기도 최대한 앞당기도록 노력해 직원과 회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과금 지급 기준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합리적인 제도를 바탕으로 더 큰 보상으로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과급 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이유로 올해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의 직원들은 사무직 노조 설립을 위해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톡방에 모인 이들 인원은 4000명을 넘겼고 이미 노조 설립을 위한 임시집행부 구성도 완료된 상태다. 집행부는 이날 새벽 첫 번째 회의를 열고 생산직 직원들이 중심이 된 현 노조와 달리 사무직과 연구직이 중심이 된 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