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310/art_16154236039774_037bf5.jpg)
[FETV=김윤섭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그야말로 광폭 행보다. 정 부회장은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을 인수하고 본격적인 야구단 사업에 뛰어든데 이어 그동안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소주사업을 접고 맥주사업에 도전한다. 맥주 애호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이 또 한번 신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던지는 셈이다.
이에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막강한 유통망과 맥주를 많이 소비하는 야구장 문화를 접목할 경우 맥주 사업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게 유통가 안팎의 전망이다. 하지만 약간의 긴장감은 있다. 맥주시장이 기존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 대기업의 막강한 유통망과 제주맥주를 비롯한 중견급 수제맥주 기업들과 생사를 담보한 맛대결(?)을 펼쳐야하기 때문이다.
◆ 제주소주 사업 중단 결정..."수익성 고려한 결정"=제주소주는 지난 3일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사업 중단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제주소주 공장 생산라인도 모두 멈췄다. 수익성, 효율성 등을 고려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게 신세계그룹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제주소주 임직원들은 개별 면담을 통해 향후 이마트나 신세계엘앤비(L&B)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앞서 2016년 신세계그룹은 190억원을 투입해 제주지역의 소주업체인 제주소주를 이마트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후 이른바 ‘정용진 소주’로 불리는 제주소주의 ‘푸른밤’을 생산하며 국내 소주 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의 높은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했다.업손실액이 2016년 19억원에서 2019년 141억원으로 급증했고 부채비율도 90%를 상회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마트는 6번의 유상증자로 제주소주에 67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기도 했다.
![제주소주 푸른밤 소주. [사진=제주소주]](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310/art_16154236033446_f98fa2.jpg)
제주소주 법인은 청산하지 않고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제주소주 유·무형 자산을 활용해 새롭게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있는지 검토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소주 사업에서의 경험을 얻은 신세계의 다음 도전은 맥주다. 신세계는 2014년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열었지만 지금까지 맥주 제조업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기존업체들의 장악령이 워낙 강력했고 수제맥주 시장에 도전하기도 쉽지 않은 시장환경 때문이었다.
◆ 신세계앨앤비 '렛츠' 상표권 출원...맥주 사업 도전?=신세계의 이번 맥주사업은 롯데의 1호 맥주 '클라우드'의 출시를 성공적으로 이끈 우창균 신세계앨앤비(L&B) 대표가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86년 12월 두산그룹 동양맥주에 입사한 우 대표는 1998년 오비맥주, 2002년 두산 주류부문, 2009년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등을 거쳤다.
우선 신세계L&B는 지난달 '렛츠'라는 이름의 맥주 상표권을 출원신청했다. 통상 상표권 심사·등록까지 6~10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연내 상표권을 획득하고 새 맥주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해외 맥주 공장(브루어리)에서 만든 맥주를 '렛츠'라는 이름을 붙여 국내에 유통하는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세계L&B가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와인인 '도스 코파스'를 공수한 방식과 유사하다. 신세계L&B와 이마트는 세계 곳곳의 와인 양조장을 돌아다니며 가성비가 좋은 와인을 찾은 후 도스 코파스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기존 업체들을 뚫고 자리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투자 방식을 택한 셈이다.
신세계 측은 이번 상표 출원 신청과 관련해 일단은 신중한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제 막 상표를 출원한 단계,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세계앨앤비가 출원한 맥주 상표 '레츠'. [사진=신세계앨앤비]](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310/art_16154236037182_75aa44.jpg)
◆ 야구단 SSG랜더스 창단 막바지...맥주사업 시너지 기대감=신세계가 맥주 사업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야심차게 인수한 야구단 SSG랜더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야구장 내 편의점과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맥주를 판매하는 '비어보이'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 구장에서도 클라우드 등 롯데칠성음료의 맥주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는 프로야구단 팀명을 ‘SSG 랜더스’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야구단 사업에 나섰다. ‘랜더스(LANDERS)’는‘인천’을 상징하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처럼, ‘인천’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인천’의 새로운 상징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팀명이다.
신세계그룹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인천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있을지, 인천을 대표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팀명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 결정했다”며 앞으로 '랜더스’를 중심으로 팀과 팬, 지역이 야구로 하나되는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KBO도 구단주 총회를 진행해 5일 신세계의 회원 자격의 양수도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KBO는 신세계의 시범경기 및 정규시즌의 정상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긴급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구단주 총회를 서면으로 의결하기로 했다. 이날 최종 만장일치로 승인되며 야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신세계의 구단 양수도는 마무리됐다. 관심을 모았던 가입금은 60억원으로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310/art_16154236030883_3782e1.jpg)
◆ "택진이형이라 불러도 좋다" 정용진 부회장이 보여줄 새로운 '유통모델'은?=야구단 창단 작업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신세계그룹이 어떠한 새로운 유통모델을 보여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체험형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16년 스타필드 1호점을 열 당시 정 부회장은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테마파크의 경우 이미 경기도 화성에 약 418만㎡(127만평) 규모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또 정 부회장은 본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진심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음성 채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직접 등장해 야구단과 관련한 여러 내용들을 공개했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 인수 배경에 대해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우승반지 끼고 싶어서 인수했다"며 그는 “유통업자가 야구판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기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구 상품 개발과 관련해선 "스타벅스 문학 굿즈는 정해진 건 없지만 낼 생각이 있다"고 했다. 또 SK와이번스가 지난 시즌 9위로 리그를 마친 것도 인수 배경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8위만 해도 잘한 것이라며 "우리팀이 10위하면 벌금내겠다. 클럽하우스방 사람들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인 NC다이노스에 대한 부러움도 표현했다. 야구팬들과 게임마니아들이 NC다이노스의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빗대 자신을 "용진이형으로 불러도 좋다"고도 했다. 또 최근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SSG닷컴을 필두로 온오프의 통합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야구단 창단은 궤를 합께한다.
신세계그룹인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게 하면서 이마트와 SSG닷컴의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힌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이마트와 SSG닷컴은 모두 코로나19가 무색한 실적을 보이면서 올해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했고, SSG닷컴은 전년대비 53.3% 늘어난 1조29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내 온라인 업계 매출 신장률인 18.4%를 3배가량 웃돈다. 영업손실도 지난해 819억원에서 469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거래액도 목표 거래액을 넘어서 4조원에 육박한 3조 9236억원으로 37% 신장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가 성사된다면 오프라인 플랫폼 강점이 있는 체험·경험 등의 기능을 기존 신세계그룹 유통 채널과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야구 관중의 주축이 20~30대 연령층이고, 여성 관중 또한 증가하고 있어 향후 소비를 주도할 세대들을 마케팅 측면에서 타겟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