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먹은 음식 때문에 탈이 났다며 식당 주인들에게 돈을 받아내는 ‘식파라치’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 5월 24일 경남 창원의 한 음식점에서 만두와 떡갈비를 시켜먹은 A(42)씨는 다음날 “식중독에 걸렸다”며 식당주인에게 치료비와 회사를 나가지 못한 데 따른 합의금을 요구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식당주인을 협박한 그는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식중독에 걸렸다던 A 씨는 입원 상태에서 병원 밖 식당에서 밥을 사먹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식당에 대한 구청 조사에서도 식중독균은 나오지 않았다. 경남 진해경찰서는 공갈 등 혐의로 A 씨를 구속했다.
전남 순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5)씨도 식파라치 피해자다. 그는 올해 초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선 “당신네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 병원 치료를 받았으니 치료비를 보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건 B(34)씨는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담당 보건소에 신고하거나 인터넷에 식중독이 발생한 업소라는 글을 올리겠다”고 협박을 했다. 김 씨가 의심하자 B씨는 병원 영수증을 휴대전화로 보내기까지 했다. 김씨는 결국 상대가 불러준 계좌로 10만원을 보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낸 영수증은 포토샵으로 조작한 가짜였다. B씨는 이런 수법으로 음식점 한 곳당 10만~50만원을 받아챙겼고, 전국 700여곳의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200여곳으로부터 3100여만원을 뜯어냈다가 구속됐다.
이런 악성 ‘식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식당이나 영세업체 입장에선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 법적 대응을 통한 사실 관계 확인은 오래 걸리는 반면 나쁜 소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피해를 받는 식당 주인들이 속출하자 행정기관들도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경기 의정부시는 식품위생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공무원들이 직접 나가 현장을 확인한다. 울산광역시는 이물질이 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보내도 보상금을 주지 않는다. 현장에서 업주가 인정하는 경우에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정부는 악의적인 식파라치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과징금의 최대 20%까지 지급하던 보상금을 내부 신고자에게만 지급하게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