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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퇴직연금, 원리금보장·비보장형 적립금 격차 이유는?

공공기관·농축협 가입비중 상대적으로 높아...보수적 자산운용 결과
농협은행, "원리금비보장형 규모 작지만 수익률 최고, 경쟁력 충분하다"

 

[FETV=유길연 기자]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원리금비보장형) 간 실적 차이로 부진을 겪고 있다. 농·축협 직원, 공무원 외에 가입자가 좀처럼 늘지 않아 두 제도 간 적립금 격차가 커진 결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퇴직연금은 고령화에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해 적립금이 25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등으로 은행들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다. 은행들은 퇴직금제도 폐지와 퇴직연금제도 의무화를 앞두고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퇴직연금은 제도 유형에 따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세가지로 나뉜다. DB형은 사용자가 운용을 책임지며, DC·개인형IRP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을 한다. 개인형IRP는 본인 부담으로 퇴직금을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1일 전국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은행의 DB, DC, 개인형IRP형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1.45%, 2.44%, 2.64%로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중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수익률은 각각 1.51%, 2.07%, 2.03% 였다.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은 퇴직연금 자산 포트폴리오가 원리금보장형에 편중된 결과로 분석된다. 농협은행의 DB·DC·개인형IRP 퇴직연금의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은 각각 2.6%, 8.8%, 15%다. 이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 세 가지 제도 안에서 원리금보장형과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을 각각 선택한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퇴직연금을 은행의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구성돼 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다. 반면 펀드, 채권, 파생결합증권 등으로 이뤄지는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높지만, 운영결과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농협은행의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낮은 원인은 최근 퇴직연금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DC·개인형IRP 시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DC형과 개인형IRP는 작년 한 해 적립금이 각각 13.5%, 35.1% 급증했다. 특히 개인형IRP는 법률 개정으로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은 중소기업 근로자, 자영업자 등 사실상 모든 취업자들이 가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DC·개인형IRP는 퇴직연금 제도 중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다. 기업의 사용자가 운용하며 퇴직금 규모가 정해진 DB형과 달리, DC·개인형IRP는 근로자가 직접 운영하며 결과에 따라 퇴직연금 규모가 달라지는 특성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근로자들의 두 형의 가입이 늘면서 원리금비보장형 선택 비중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DC·개인형IRP의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 개인형IRP의 경우 전체 퇴직금 규모가 비슷한 우리은행(20.7%)보다 약 6%%포인트(p) 낮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주된 가입자들은 관공서 공무원, 농·축협 직원이라고 한다. 이들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이 DC·개인형IRP 가입이 늘고 있는 일반 기업 근로자, 자영업자 등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작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의 DC·개인형IRP은 수익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적립금 규모도 가장 적다. 농협은행의 작년 말 기준 DC·개인형IRP 적립금 규모는 6조2026억으로, 우리은행(8조974억원)과 비교해서도 약 2조원 가량 작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원리금비보장형은 규모는 작지만 수익률 자체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라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