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도권 경쟁이 올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포털에서부터 라이브커머스 ,콘텐츠,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구독경제에서도 대결을 펼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카오가 코로나19 속에서 빠른 성장을 기록하면서 두 기업간 시총규모도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양대 IT기업간의 경쟁구도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네이버·카카오, 고객 락인 효과 극대화 위해 구독경제 박차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독경제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수익 다각화와 함께 고객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장 먼저 구독경제에 나선 것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해 6월 유료멤버십 네이버플러스를 선보이면서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월 4900원에 네이버페이 포인트 추가적립과 더불어 콘텐츠 혜택을 제공한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네이버 내에서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는데 월 결제금액 20만원 한도까지 추가 4%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가입자들에게는 웹툰과 시리즈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쿠키 20개, 바이브 음원 300회 듣기 등도 함께 제공한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5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는 네이버가 추진하고 있는 구독경제 서비스의 근간이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콘텐츠 등의 서비스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지난해 지분교환을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한 CJ의 OTT서비스 티빙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 가입자들이 선택해 받을 수 있는 콘텐츠 혜택에 티빙을 포함시키는 형태다. 티빙의 가장 저렴한 요금제가 7900원이라는 점을 볼 때 상당한 집객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새로운 가격과 서비스 유형을 담은 OTT 상품 개발도 준비 중"이라며 "이르면 2월 말이나 늦어도 1분기 중에 해당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카카오톡을 활용해 가전과 가구 등을 렌탈·정기구독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구독경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카카오도 최근 월정액으로 이모티콘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정기구독 상품 ‘이모티콘 플러스’와 사진·동영상·파일·링크 등 각 채팅방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보관하는 개인용 월정액 클라우드 ‘톡서랍 플러스’를 출시했다.
◆ 카카오 이모티콘플러스·톡서랍 등 구독서비스 연이어 출시=이모티콘 플러스 구독자는 월 4900원으로 약 15만 개 이상의 이모트(메시지 단위의 개별 이모티콘)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이모티콘을 최대 5개까지 종류를 바꿔가며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월정액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내에서 전송했던 사진과 동영상, 파일, 연락처, 대화 내용 등을 백업할 수 있는 ‘톡서랍 플러스’는 각 채팅방에 흩어진 디지털 자산들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로 월 990원에 100GB의 용량을 제공한다.
올해 상반기 중 콘텐츠 구독 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다. 미디어와 음악, 동영상 등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면 이용자가 관심사에 따라 구독하는 형태의 플랫폼이다. 양대 포털업체들이 잇달아 구독 서비스에 진출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성이 높아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31조9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40조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구독경제의 성장 추세는 최근 외출자제, 재택근무 확산 등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활환경 변화와 맞물리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총 격차 9조원으로 카카오 맹추격...네이버 해외사업 주목=이런 가운데 카카오의 시총이 40조원 안팎으로 크게 증가해 네이버와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두 기업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총 격차는 약 21조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데다 올해 성장 기대감도 극대화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자회사 3곳이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어 카카오의 기업가치도 상승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장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1조2072억원, 영업이익 1431억원이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42.43%, 79.81% 상승했다. 카카오톡 채팅방 목록에 광고를 표출하는 비즈보드 매출은 물론 연말 성수기에 따른 선물하기 고성장, 명품 잡화류 입점 등에 커머스 매출도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카카오페이 결제액 및 금융 거래액 증가에 신사업 매출도 전분기 보다 13.0%가량 증가하며 17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인 자회사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의 기업가치 재평가가 예상돼 세 기업의 기업가치는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각각 10조원과 12조원으로 상향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12조2000억원, 카카오페이 10조3000억원, 카카오페이지 5조6000억원 등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사업자가 카카오톡 플랫폼 내에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카카오톡 내 ‘커머스-페이-광고’를 아우르는 생태계가 확대될 것"이라며 "인터넷 업종 중 가장 큰 이익 성장을 실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는 오는 3월 일본 라인과 야후재판 합병을 비롯한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본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법인 'Z홀딩스'는 일본 내 메신저, 검색, 이커머스를 결합한 최대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을 통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작년 8월 기준 글로벌 MAU(월간 사용자수) 6700만, 미국 MAU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네이버웹툰은 최근 미국에서 '웹툰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이는 해외 제작사가 콘텐츠 기획·제작에 참고할 수 있도록 네이버웹툰의 특징과 줄거리, 등장인물을 정리한 웹툰 IP 플랫폼이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6억4000만 뷰에 달하는 북미 인기작 '로어 올림푸스' 등 다양한 웹툰과 '노블레스'·'스위트홈' 등 네이버웹툰 IP 사업에 대한 외신기사를 만나볼 수 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스튜디오를 통해 글로벌 IP 세일즈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스위트홈이 크게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은 지난달 30일 기준 40여개 국가에서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차트 1위를 기록했고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상위 10위권안에 이름을 올리면서 흥행력을 입증했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쇼핑의 점유율 확대, 북미를 중심으로 한 네이버웹툰의 가파른 성장, 인플루언서 홈에 기반한 트래픽 리바운드, 상반기부터 본격화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행보, 그리고 라인-Z홀딩스의 경영 통합 등이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 나란히 ESG 위원회, 전담조직 구성...투자자 잡기 총력=네이버와 카카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도 나선다. ESG란 친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경영전략에 반영하는 것을 말하며 최근 몇 년간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네이버는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ESG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전담조직은 부서별로 추진하는 ESG 추진 과제를 관리하고, 외부 이해관계자 요구사항에 기반한 가이던스를 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면서 기존에 환경·사회 이슈 관련 의사 결정을 하던 투명성위원회 기능을 확대한바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중장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2040년까지 배출되는 탄소량보다 더 많은 양을 감축하는 '카본 네거티브' 목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카카오도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ESG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가 위원회에 참여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지배구조 헌장도 제정·공표했다.
헌장엔 주주·시장·이사회·감사기구·이해관계자 등 5개 영역에 대한 운영 방향과 전문성·독립성을 갖춘 이사회 감독 아래 경영진이 책임 경영을 수행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카카오 관계자는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준비 중이며, ESG 경영 현황과 성과는 향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