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8 (토)

  • 흐림동두천 9.5℃
  • 흐림강릉 12.0℃
  • 흐림서울 12.8℃
  • 구름많음대전 8.7℃
  • 박무대구 8.1℃
  • 구름많음울산 14.6℃
  • 구름조금광주 12.3℃
  • 구름많음부산 16.4℃
  • 구름많음고창 10.0℃
  • 구름많음제주 16.9℃
  • 흐림강화 12.2℃
  • 구름많음보은 5.9℃
  • 구름많음금산 5.9℃
  • 흐림강진군 10.6℃
  • 구름많음경주시 6.7℃
  • 구름많음거제 16.8℃
기상청 제공


유통


"고뇌하는 롯데 신동빈"...코로나 직격탄에 '호텔롯데 상장' 속도조절 나설까

코로나19에 호텔·면세사업 정상화 타격...올해도 상장 어렵다
호텔롯데 상반기 매출 전년比 50 감소...롯데면세점 영업손실 지속
호텔롯데 상장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지막 ‘퍼즐’...“신중하게 판단”
신동빈 회장 호텔사업 확장 의지...“전 세계 객실을 2배 수준으로 늘릴 것”

 

[FETV=김윤섭 기자] 롯데그룹이 이르면 이번주중 이사회를 통해 임원 인사를 확정짓고 내년 전략 수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룹의 숙원 사업인 호텔롯데 상장 시기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인 면세점 사업이 타격을 입었고 호텔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상장 적기로 봤던 올해도 상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호텔롯데 상장’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지막 퍼즐=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 경영권을 공고히 한 만큼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기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적이다. 또 롯데그룹을 항상 따라다니는 ‘일본’의 이미지도 상장을 통해 희석시킬 수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지배구조 개편의 '키 포인트'로 꼽힌다. 호텔롯데는 현재 롯데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으로 롯데지주, 쇼핑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분구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4.0%를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1주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 주주 지분을 희석한 뒤 롯데지주로 통합하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연말인사에서는 그룹 내 '재무통'인 이봉철 사장을 호텔&서비스 BU장에 선임하고 과거 호텔롯데 상장을 주도한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부회장)을 롯데지주 공동대표로 선임한 것 역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부회장은 40년간 호텔에서 근무해온 베타랑이자 2015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주도해 온 인물이고, 이 BU장 역시 지주 출범 과정에서 계열사 분할·합병과 롯데정보통신 상장 등 굵직한 사안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재무통’으로 유명하다. 또 이 BU장은 올 3월 호텔롯데 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상장에 대비한 업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일본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도 넓혀 경영 안정화 기반을 다져놓았다. 2018년 2월 신동빈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율은 1.38%에서 4%까지 늘면서 1.62%를 보유한 신동주 회장이나 0.44%를 가진 신 명예회장을 넘어서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롯데홀딩스는 롯데물산 지분 56.99%를 갖고 있으며 호텔롯데 19.07%, 롯데케미칼 9.3%, 롯데제과 6.49%, 롯데칠성음료 1.37%를 갖고 있다.

 

재계에서도 상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국정농단 관련 총수 리스크가 지난해 대법원 집행유예 판결로 해소된데다, 면세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실적개선세도 뚜렷해 분위기가 갖춰졌다며 올해를 상장의 적기로 봤다.

 

 

◆ 코로나19에 호텔·면세사업 정상화 타격...올해도 상장 어려울듯=다만 이 같은 롯데의 계획은 코로나19 변수에 봉착했다. 상장에 필수적인 수익성 측면에서 호텔롯데의 양축인 호텔과 면세점이 위기에 직면하면서다. 실제 호텔롯데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1조796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영업손실도 3420억 원에 달했다.

 

면세사업부는 호텔롯데의 매출 8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지난 상장 작업이 멈춘 이유도 면세사업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텔롯데 매출액은 6조4474억원이었는데 이 중 면세사업부 매출액이 5조 307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2.3%를 차지한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시 호텔롯데의 빠른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에 돌입할때까지는 신중하게 시기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코로나 사태로 기업가치가 하락한만큼 사업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상장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최근 코로나19로 호텔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오히려 호텔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 신 회장 호텔사업 살리기 박차...기업가치 끌어올린다=지난 사장단 회의에서 계열사별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8월 깜짝인사를 발표하는 등 ‘포스트코로나’시대 대응에 나선 신 회장이 또 하나의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올 초 인터뷰를 통해 호텔사업을 키울 것을 밝힌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호텔롯데 상장에 나서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호텔롯데는 지난 9월24일 미국 시애틀에 세 번째 미국 지역 호텔인 '롯데호텔 시애틀'을 오픈했다. 당초 올해 6월부터 '롯데호텔 시애틀'을 운영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오픈 시기가 미뤄졌다.

 

롯데호텔 시애틀은 롯데호텔이 미국에서 직접 선보이는 첫 호텔로 지난해 12월 말 하나금융투자와 공동투자해 미국 사모펀드 '스톡브릿지'로부터 시애틀 시내의 특급호텔을 1억7500만 달러(약 2040억 원)에 인수했다. 호텔 소유자인 호텔롯데·하나금융투자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수수료나 매출 일부를 나눠갖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롯데호텔은 이호텔을 포함해 국내외 32개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직원 90%를 일시해고했던 롯데 뉴욕팰리스호텔도 다시 영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롯데뉴욕팰리스는 비용절감을 위해 올 3월 향후 경영사항이 개선되면 재고용을 전제로 최소한의 근무 인원을 제외하고 약 90%에 달하는 직원들을 일시 해고한 바 있다.

 

1882년에 세워진 롯데뉴욕팰리스는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의 랜드마크 호텔이다. 롯데호텔은 2015년 약 9000억원들 투자해 이 호텔을 인수했으며 이후 높은 객실 가동률을 유지해왔다. 또 '외교의 슈퍼볼'로 불리는 매년 9월 유엔총회가 열릴 때마다 주요 정상들의 숙소는 물론 회담 장소로도 애용돼왔다.

 

지난 6월에는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엘의 두 번째 호텔인 시그니엘 부산 오픈식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첫 공개 석상에 나선 행사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호텔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호텔사업에서 과감하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최근 본업 경쟁력 강화를 외친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진행된 올해 하반기 ‘Value Creation Meeting(이하 VCM)’에서 본원 경쟁력에 대한 점검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당시 “새로운 사업이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해왔던 사업의 경쟁력이 어떠한지 재확인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신 회장은 올해 초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텔 부문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6월 롯데지주를 통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푸드 지분 555억 원 어치를 매입하며 자금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침체를 '버틸 여력'을 마련하기 위한 지원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