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은행, 이자유예 대출비중 0.15%..."건전성 문제 없어"

"한계기업 증가 가능성 우려...4분기 충당금 추가 적립"

 

[FETV=유길연 기자] 은행 자산건전성 악화의 '뇌관'으로 여겨지던 이자상환 유예 신청 대출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규모 부실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 다만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주요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대출자산 가운데 내년 3월까지 이자상환 유예를 신청한 대출의 규모는 약 1조4400억원 내외로 파악된다.  

 

은행들은 당분간 건전성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자를 갚는 시기를 늦춰준 대출이 모두 부실화되더라도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전체 건전성에는 심각한 영향을 끼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 자산 규모는 1029조원에 달한다. 1조4400억원 정도의 이자유예 대출은 전체의 0.15%정도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은행의 건전성 관리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실물 부문의 부실이 은행의 대출자산의 부실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최근 정부 주도로 내년 9월까지 시행될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원금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프로그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양호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 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당국의 정책으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4대 시중은행의 9월 말 연체율(전체 여신 대비 1개월 이상 원리금이 밀린 대출 비중)의 단순 산순평균은 0.24%로 작년 동기(0.29%)에 비해 오히려 0.05%포인트(p) 하락한 상황이다. 건전성 지표는 정부의 정책 기간이 끝나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자상환 유예신청 대출 규모는 은행 건전성 악화의 주요 잠재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원금 만기연장을 신청한 차주는 향후 경기가 회복될 경우 돈을 갚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건정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이자도 낼 수 없어 유예를 신청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경영 상태가 이미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이에 정책 기간이 끝나면 이자 유예를 신창한 대출의 원금도 돌려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해 부실규모가 급격하게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더구나 정부의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상 금융지원 프로그램 실시로 은행의 대출이 크게 불어나면서 대규모 부실에 대한 걱정은 더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까지 기업대출 잔액 증가액은 97조1000억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 증가규모(44조9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중소기업 대출이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지난 4월, 5월에 급증하면서 전체 기업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자 유예 대출자산은 우려와 달리 많지 않아 이로 인한 은행의 건전성 악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더구나 은행은 지난 2분기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린 상황이라 건전성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4대 시중은행은 3분기에도 충당금을 작년 동기 대비 약55% 급증한 3956억원을 적립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만 은행권은 경기침체 장기화의 여파로 한계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자산건전성 관리는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 있는 점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신한은행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이 충당금을 더 쌓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은행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이 자금중개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향후 부실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면서 신성장 산업에 대한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힘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4대 시중은행은 4분기에도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계획이다. 김기환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CFO)는 “4분기에도 포워드-룩킹 방식(미래관점)을 통해 충당금을 적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은 경제성장률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해 충당금을 적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