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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이커머스 찍고 신유통 사업다각화 속도낸다”...쿠팡 김범석의 무한질주

블룸버그 통신 “쿠팡 싱가포르 OTT 서비스 훅 인수”
‘롤모델’ 아마존·텐센트, OTT 시장 공략 속도↑
코로나19 속 라이브커머스 강화 포석 분석도
네이버,카카오도 최근 플랫폼 경쟁력 강화 박차

 

[FETV=김윤섭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명실상부한 이커머스 강자로 등극한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넘어 유통분야 사업다각화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업체들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한 쿠팡과 김범석 대표가 새로운 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싱가포르 OTT 서비스인 ‘훅’의 소프트웨어 자산을 인수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쿠팡은 지난 3월 청산 신청을 한 후크 디지털을 매입하는 거래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쿠팡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구체적인 가격과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훅은 2015년 싱가포르텔레커뮤니케이션스, 소니픽쳐스텔레비전, 위너브라더스엔터테인먼트가 만든 합작사로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전역에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를 제공했지만 경쟁에 밀려 지난 3월 청산 신청을 하고 4월 말 서비스를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인수에 대해 아마존과 텐센트가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키워 온 것처럼 유통사업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쿠팡이 훅의 자산을 인수한 구체적인 배경은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유통사업의 총체적 경쟁력 강화 차원의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면서 “한국의 아마존으로 여겨지는 쿠팡이 미국의 거대 기업인 아마존을 거울삼아 음식 배달과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인터넷 업체인 텐센트도 최근 말레이시아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이플릭스(IFLIX) 자산을 인수하면서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OTT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졌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7801억원으로 추정된다. 2014년 1926억원에서 연평균 26.3%씩 신장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이 최근 콘텐츠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 꼽히고 있다. 쇼핑과 콘텐츠를 결합한 라이브 커머스가 점차 대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1일부터 유료회원제 서비스 ‘네이버 플러스’를 시작하며 기존 강점인 콘텐츠에 새로운 경쟁력을 더하고 있다. 월4900원의 유료멤버십에 가입하면 쇼핑·예약·웹툰 등에서 네이버페이 결제금액의 최대 4%를 포인트로 추가 적립 받으며 웹툰·음원·클라우드·동영상 등 콘텐츠 서비스 이용권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개별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브랜드스토어에 이어 실시간 동영상 기반으로 하는 판매채널 형태인 라이브 커머스까지 선보이며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달 중으로 네이버쇼핑 라이브를, 다음 달에는 홈플러스·GS프레시·농협하나로마트·현대백화점 등과 연계해 장보기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 전자상거래 업무를 담당하는 카카오커머스는 분사 후 지난해 영업이익 750억원을 달성하며 이커머스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카카오M도 향후 3년간 3000억을 콘텐츠 개발에 투자할 뜻을 밝혔다.

 

쇼핑과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형 신유통이 강세를 이루면서 쿠팡도 콘텐츠 사업을 영위했던 '훅'을 인수해 플랫폼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도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쿠팡와우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가격과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으나, 최근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를 앞세워 고객들을 묶어 두는 락인(Lock-in)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며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쇼핑 사업만 하기 때문에, 아마존이나 네이버에 비해 락인이 어렵다. 이번 인수는 콘텐츠 서비스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팡이 이미 누적적자가 큰 만큼 이번 인수가 경영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조1531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7205억원으로 1조원대에서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다만 올해 코로나19 속 언택트 소비가 자리잡으면서 연매출 10조원 전망도 나오는데다 지난해처럼 적자 폭을 줄여나간다고 가정할 때 수년내 흑자전환도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이은 인재영입으로 조직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삶에 녹아든 쿠팡이 복합형 신유통 기업으로의 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