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서린사옥. [사진=SK]](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105/art_15803576020625_2e8d3e.jpg)
[FETV=김창수 기자] 최근 재계가 앞 다퉈 신산업 발굴에 나서면서 ‘사명 변경’ 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 이름에 업종명이 들어가면 자사의 사업 영역을 제한적으로 보여준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름 대신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사업 방향을 담은 사명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올해 들어 계열사 사명 변경에 돌입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존 사명으로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사명에 ‘화학’ ‘에너지’ ‘텔레콤’ 등을 붙이면 기업 이미지가 특정 업종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늘날 통신 기업이 콘텐츠 사업을 하고 화학 기업은 배터리를 만드는 등 업종 간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현재 계열사의 이름은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 SK종합화학 등 관련사의 명칭 변경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임직원과의 행복토크에서 “과거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며 사명 변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SK그룹이 사명 변경의 ‘좋은 예’로 삼는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이노베이션(innovation; 혁신)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미래 지향적이며 유연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석유공사로 출범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석유화학사업 뿐 아니라 배터리와 소재 사업까지 거느리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사명 변경과 관련 진척된 사항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역시 사명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정호 SKT 사장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렸던 ‘CES 2020’ 기자간담회서 ‘초협력’이라는 뜻의 ‘SK하이퍼커넥터’가 새로운 사명으로 사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통신에 국한되지 않고 자회사인 11번가(유통), ADT캡스(보안), 티브로드(미디어)가 표방하는 영역을 포함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신기술을 아우르는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다만 SK텔레콤 측은 ‘하이퍼커넥터’가 내부적으로 거론되는 사명 중 하나일 뿐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한화솔루션]](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105/art_15803576524298_c1db93.jpg)
한화그룹의 한화케미칼도 이달 1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합병하면서 사명을 한화솔루션으로 바꿨다. 석유화학부터 태양광, 첨단소재까지 보다 넓은 사업영역을 포괄하겠다는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화 측은 “새 사명인 한화솔루션은 갈수록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업 통합을 통해 새로운 솔루션(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SK나 한화처럼 사업 확장의 일환보다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이름을 바꾸려는 기업도 있다.
최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현재 사명변경 자문을 받고 있으며 다음달 중 노조 등의 의견을 수렴해 사명을 최종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사명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이 나게 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1976년 설립된 아세아상선이 전신이다. 1983년부터 현재의 사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2016년 10월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이후 국내에서는 ‘현대상선’, 해외에서는 ‘HMM’을 사용해왔는데 지난해 5월부터는 국내외에서 통합 기업이미지(CI)인 ‘HMM’를 사용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너무 광범위하거나 모호한 사명으론 회사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나 여러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사업 확장에 나선 기업들은 영역을 구분 짓지 않는 사명을 선호한다”면서도 “실무자들은 일일이 회사를 다시 소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