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최근 연임에 성공한 허인<사진> KB국민은행장의 발길이 동남아를 향하고 있다. 허 행장은 ‘글로벌 수익 10% 달성’을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7∼9월)누적으로 글로벌 부문에서 360억원 가량의 수익을 냈다. 이는 은행 전체 당기순이익(2조67억원)의 약 2% 수준에 불과하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금융기업(MDI)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프라삭은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캄보디아의 ‘알짜’ 소액대출업체다. 지난해 기준 캄보디아 MDI 시장 점유율이 41.4%로 압도적 1위다.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기관 중에서도 대출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이번 지분인수에 투입된 액수는 6억340만 달러(약 7020억원) 규모다. 올 7월 KEB하나은행이 베트남 1위 은행 BIDV의 지분 15%를 1조249억원에 인수 이후 국내 금융기관 중 최대 규모 투자다. 국민은행은 잔여지분 30%는 2년 이후 취득할 계획이다. 또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시켜 지점 확대를 통해 규모를 더 키운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의 적극적인 동남아 시장 사업 확장은 국내 시장의 경쟁과다와 경기침체, 그리고 저금리 기조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국내시장에서의 수익성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이자자산 대비 이자이익 비율)의 단순 산술 평균치는 1.56%로 지난해 같은기간(1.60%)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4대 은행 모두 NIM이 하락했다.
최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제시한 ‘10-20-30 전략’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10-20-30 전략은 은행들의 해외 부문 사업 비중을 10년 안에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해 주요 금융그룹들이 시가총액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청사진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가운데)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호텔에서 열린 '지난 8년, 다시 가슴이 뛴다' 후원 행사에서심장병 수술을 받은 후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수혜아동 및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252/art_15774203088816_6e28be.jpg)
동남아 국가는 해외 시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은행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은행은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성장 국가인 베트남에서 작년 우리나라 은행들이 올린 당기순이익은 1억3180만달러로 전년(6100만달러) 대비 116.0%(7080만달러) 급증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러한 해외 사업에 있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130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1위인 신한은행(1893억원)의 10분의 1도 못미치는 실적이다.
허 행장은 연임 확정 후 “글로벌 사업이 은행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한 10%는 돼야 한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글로벌 영토 확장’과 ‘사업 다변화‘ 전략도 세웠다. 우선 사업 진출 국가를 늘리고 이미 진출한 나라에서는 지점을 확충하며 지리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부문의 자산을 늘려 나간다는 복안이다. 또 그는 국내 은행의 해외 지점이 국내 기업에 금융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다양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사실 국내은행들이 해외 시장에 ‘깃발 꼽기’식의 사업 확장에 대한 지적은 꾸준이 있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은 “경쟁은행의 맹목적 추종이나 유망한 국가로의 쏠림을 지양해야 한다”며 “현지화를 통한 장기적 발전을 위해 현지 고급인력을 적극 활용해야하며 이를 위해 조직적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허 행장의 ‘투 트랙’ 전략에 있어서 인수 ·합병(M&A)이 핵심적인 방안이다. 해외 진출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지 국민을 상대로 한 영업인 만큼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이다. 국민은행의 프라삭 인수는 허 행장의 첫 결과물이다.
특히 캄보디아는 국민은행의 동남아 네트워크 가운데서도 가장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춘 요충지로 꼽힌다. KB캄보디아은행의 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10억원대에서 올 3분기 2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중국·영국 등 여타 해외법인의 순익이 감소했다. 우선 사업 기반이 잘 구축된 곳에서 우선 영향력을 확대해 해외법인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수 ·합병(M&A)은 국민은행의 글로벌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서 비교적 규모가 큰 건수다”라며 “앞으로도 동남아 시장에서 추가적인 M&A 여부에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