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938/art_15686848508912_fd1f4b.jpg)
[FETV=김창수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안정적이고 보수적 색채가 강한 LG의 기업문화를 실리추구형으로 빠르게 바꾸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새 최고경영자(CEO)에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선임되면서 다가오는 연말 LG그룹 정기인사에서 일부 계열사 CEO 교체 등 ‘인적 변화’의 바람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에 정호영 LG화학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
이에 따라 한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내년 정기주주총회 때까지만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 정 사장은 오늘(17일)부터 집행임원으로 LGD 경영을 총괄하며 내년 3월 정기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LG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LGD 상반기 실적 윤곽이 나왔을 때 한 부회장이 구 회장에게 퇴진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 회장도 한 부회장의 뜻을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LGD는 올해 상반기에 무려 5007억62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증권업계 예상치 2846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다.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LCD(액정표시장치) 수요 감소와 중국 디스플레이업계의 대대적인 LCD 패널 생산으로 판가가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부회장의 갑작스런 퇴진에 대해선 그룹 내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책임경영’과 ‘성과주의’가 그룹의 인사원칙이지만 정기임원인사가 불과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이 한 부회장의 사퇴의사를 수용한 것은 실적악화로 어려움에 처한 LGD를 새로운 사령탑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정 사장은 2008년부터 6년간 LGD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했다”며 “전자, 화학, 생활건강 등 그룹 내 주요계열사를 두루 거친 경험이 LGD 재건 적임자라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LG그룹이 정기임원인사 전에 대표이사를 교체한 사례는 지난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2010년 9월 LG전자 남용 전 부회장도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구본준 전 부회장이 LG전자 사령탑을 맡았다.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인사쇄신을 하겠단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구 회장 취임 이후 단행한 지난해 첫 정기인사에서도 LG그룹은 미래 인재풀을 확대키 위해 상무 승진자는 전년대비 40명 늘어난 134명을 발탁했으나 전무, 부사장, 사장 승진자는 오히려 줄였다.
지주회사인 ㈜LG에는 홍범식 베인&컴퍼니 전 대표를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앉혔다. 또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 팀장으로, 이베이코리아 출신 김이경 씨를 인사팀 인재육성 담당 상무로 각각 영입하는 등 주요보직에 외부 인사를 등용해 새로운 그룹 분위기 조성을 주도했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이후 ‘도전’, ‘열정’ 등 진취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LGD의 사령탑 교체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으로 재편한 사업구조를 효율적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단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임 2년차를 맞는 올해 ‘구광모 사단’ 색깔내기는 연말 인사에서 재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상범 부회장에 이어 권영수·조성진·차석용·하현회 등 현재의 부회장단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