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사진=네이버]](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4/art_1560390116591_980364.jpg)
[FETV=김윤섭 기자] 네이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안으로는 노조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국내 이용자들의 잦은 서비스 오류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블로그·카페에 이어 네이버 뉴스 서비스마저 중국에서 차단되면서 브이라이브, 스노우 등 다른 네이버 인기 서비스로까지 조치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등 일부 지역에서 이달부터 네이버 뉴스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서비스를 차단하면서 쇼핑, 날씨, TV연예, 부동산, 지식백과, 학술정보 등의 네이버 서비스는 PC나 모바일에서 접속되지 않는다.
당시 네이버는 회사 오류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으며 우리 정부도 중국 당국에 네이버 차단 문제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추가로 차단된 서비스 외에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가 차단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브이라이브나 웹툰, 스노우 등이 영향을 받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서비스까지 차단될 경우 네이버의 신사업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라이브 커뮤니티 플랫폼인 브이라이브는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매우 경쟁력 있는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브이라이브에서 유료로 독점 중계한 방탄소년단의 영국 웸공연도 중국이 많이 구매한 나라 4위에 올랐다.
스노우도 중국 내 인기에 힘입어 2017년 9월 중국에서 법인을 설립한 후 4개월 만인 2018년 1월 스노우차이나를 통해 일본 소프트뱅크와 중국 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네이버 노사갈등.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4/art_15603901163187_502d34.jpg)
네이버는 중국의 차단 조치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노조와의 갈등은 네이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네이버 노조는 현재 100일이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해결책이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5일 열린 14차 교섭에서도 핵심 쟁점인 '협정근로자' 문제에 대해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합의에 실패했다. 협정근로자는 단체협약에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도록 명시된 근로자를 의미한다.
이에 네이버 노조는 “이해진이 응답하라”라는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기업 창업자가 직접 노조와 대화하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리고 13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노조의 물음에 답했다. ‘은둔의 경영자’라는 호칭이 붙는 이 GIO가 공개토론을 역제안한 것이다. 기업 창업자가 노조와 직접 대화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 이 GIO가 노사 갈등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 GIO는 1일 사내 게시판에서 “이런 문제에 내 개인적인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고 나에게 어떤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피켓으로 나오라는 것을 보고 당혹스러웠다”며 “그런데 이렇게 선배님이라 불러주니 기쁘게 용기내서 대화할 수 있을 듯하다”고 글을 올렸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관계자는 “(노사 문제와는) 무관하고 회사의 창업자로서 회사의 후배들과 회사 서비스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라고 우선 해명했다.
그러나 노사 문제로 사내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일부 직원들이 ‘이해진 선배님’이 답할 것을 요구하면서 나온 응답이기에 노사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네이버의 노사 갈등은 3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1층 농성장을 마련했다. 국내 IT 업계 중 네이버만 유일하게 단체협약 교섭을 하지 못했다. 게임업계인 넥슨, 스마일게이트에 이어 지난달 30일 카카오 노사도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네이버 노사는 126개 단체협약 합의 조항 중 회사 안으로 합의한 54건, 절충 합의한 10건, 노조 안으로 합의한 29건을 제외한 33건의 미합의 조항이 남아 있다.
미합의 조항에는 리프레시 개선안, 배우자 출산전후 유급 휴가, 객관적인 인센티브 지급근거 설명, 휴식권 보장(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금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임금체계 개편, 남성출산휴가 확대 등 주요 조항 등이 포함됐다.
이 중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항은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다.
네이버 노사는 지난 5일 오후 2시부터 새벽까지 계속됐던 15차 교섭에서도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네이버 노조는 협정근로자와 유사한 ‘비상시협력’ 조항을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사측과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제시한 비상시 협력은 ▲쟁의행위 중이라도 천재지변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시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재해복구와 재산·인명 보호 활동 및 그 유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 ▲조합은 쟁의행위 중이라도 회사의 중대한 재해(1등급 장애)가 발생했을 시 회사가 요청할 경우 비상업무수행 협조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지난 5일 노사 교섭 결과에 대해 “(협정근로자를 포함해) 여러 가지 협상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며 “계속 조율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정리가 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5일 이후로 여전히 노조와 계속해서 협의 중이다”고 짧게 답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GIO가 교착상태에 빠진 노사 갈등을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특히 이 GIO가 생중계 토론을 제안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 GIO의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의 창업자가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 GIO와 노조의 대화는 13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 GIO의 의지만 피력됐을 뿐, 날짜나 형식 등 생중계 토론회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이 GIO가 사내 게시판에 “나는 직원 편이기도 하고 주주 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서비스를 사용해주는 사용자 편”이라고 말한 만큼, 협정근로자 지정을 두고 노조와 대립각을 세울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토론회와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