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광원 기자] 올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의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
올해 1~4월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에 탑재된 비중국산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국내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각각 2, 4, 5위에 올랐다.
1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사용량은 4만6000t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3.4GWh로 전년 동기 대비 93.4% 급증했다. 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3.8%p 오른 25.3%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 확장을 내놓으며 늘어가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5000여억원을 투자해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정부가 복지와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LG화학 관계자에 따르면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LG화학의 배터리 양극재 시장은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 사업을 이용해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LG화학은 1분기에만 중국 양극재 설비 신설에 올해만 총 3240억 원을 투자했고 향후 투자잔액도 282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양극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사용량이 5배나 급증했다. LG화학은 중국 양극재 설비 신설을 통해 수입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927MWh로 성장률이 4.7%, 점유율도 11.0%에서 7.0%로 하락했지만 전년과 같은 4위를 유지했다. 12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삼성SDI은 올 하반기는 상반기에 지연된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주를 본격화해 중대형전지의 매출증가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SDI는 올해 중대형 배터리사업에서 매출 2조9702억원을 추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2.7% 늘어나는 수치다. 매출 증가의 원인은 지난해 정부는 국내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의 원인이 배터리가 아니라는 결과를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SDI를 포함한 배터리업체의 국내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수주가 정부 조사의 영향으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정체돼있던 국내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의 배터리 수주 물량이 하반기에 급증할 수 있다"며 삼성SDI의 하반기 실적을 높게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279.9% 급증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시장점유율은 2.1%에서 4.8%로 2배 넘게 상승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역대 최고 순위인 5위까지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안정적으로 습식 5 마이크로미터(㎛) 분리막을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공격적인 투자로 현재 세계 2위인 습식 분리막 시장점유율을 1위로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중국이 소재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전기차용 고품질 분리막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 등 기존 사업자들이 당분간 비교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해외 기업 중 파나소닉(Panasonic)은 5.8GWh로 전년 동기 대비 83.4% 성장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켰다. 4월 기준 배터리 사용량은 3.2GWh로 전년 동기 대비 69.2% 증가했다. 중국 업체 시노폴리(Sinopoly)는 미국에서 트럭 물량을 대량 공급하면서 단숨에 7위에 올랐다. BYD도 10위를 기록해 꾸준히 톱 10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삼성SDI가 계속 정체되고 있고 중국계 업체들이 갈수록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업계가 자체 경쟁력을 늘려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