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광원 기자] 국내 조선업의 상반기 실적이 예사롭지 않다.
11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 조선사들이 전세계 선박 발주량 106만CGT(34척) 중 64만CGT(16척) 60%를 수주하며 27만CGT(8척) 26% 수주에 그친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5월 누계 발주량은 작년 같은 기간 발주량(1522만CGT)의 3분의 2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건조 선종인 대형 LNG운반선은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발주가 이어지고 있으나 유조선(VLCC), 벌크선(Capesize)은 작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앞서 10일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조선그룹 기준 5개월 만에 이탈리아 크루즈선 전문조선소를 제치고 4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연이어 국내 조선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는 지난 1분기 모두 합쳐 연결재무제표 기준 6조7981억원의 매출, 19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53.1%나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2.9%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매출이 상승하면서 흑자 전환을 이뤘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사 중 높은 선박 수주율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를 줄여나갔다. 대우조선해양도 큰 과제였던 인수절차가 마무리돼가면서 사업 수익성을 회복해나가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연결 기준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 3조2685억원, 영업이익 281억원 가량의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7.4%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흑자 전환의 가장 큰 배경에는 해양사업부 고르곤(Gorgon)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하자보수충담금이 환입된 점이다. 사업부문별로 봤을 때 해양부문에서 매출 716억원을 뛰어넘는 10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매출 7727억원, 영업손실 91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의 공정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상승했다. 적자는 지속됐지만 전분기(514억원), 전년 동기(475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현대미포조선은 매출 7018억원, 영업이익 138억원을 기록했다. 조업도 하락으로 건조 물량이 줄어 매출은 다소 주춤했지만 수익성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선 회복세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LNG운반선 10척, FPSO 1기 등 총 11척, 30억 달러를 수주하며 목표치인 78억 달러의 38%를 달성했다. 현재 수주잔고는 203억달러로, 지난해 3월 2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약 1년 만에 200억달러 선을 회복했다.
삼성중공업은 단연 조선 3사 가운데 올해 수주량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하반기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LNG운반선의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남아있고 해양플랜트의 추가 수주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활발한 영업 활동을 통해 2022년 이후 납기 물량까지 채워가는 중”이라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굵직한 발주들이 예정돼있어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매각 작업을 완료한 대우조선해양(현 한국조선해양)은 다섯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1분기 매출 2조721억원, 영업이익 199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익은 감소했지만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말 기준 총 100척, 221억8000만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쌓고 있다. 이 조선사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LNG운반선 수주잔량을 쌓은 데다, 인도가 지연됐던 드릴십들도 인양하면서 해양프로젝트의 불확실성도 줄고 있다"며 "안정적 영업활동과 생산성 향상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의 기업신용등급(ICR)을 기존 BB+(안정적)에서 BBB-(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향후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1, 2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에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또 올 1분기부터 국내 조선업의 생산 및 출하 증가, 생산 가동률 확대, 설비투자 조정압력 확장 등을 고려했을 때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추세라 한국조선해양의 출범은 이를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 산업은 작년 4분기부터 생산 증가율이 반등세를 지속하고 생산능력 증가율을 초과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조선해양의 출범이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