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분규가 장기화 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4/art_1560218338172_e1cde6.jpg)
[FETV=김윤섭 기자] 노동조합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사를 쥐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노사 관계와 장기 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한국GM도 올해 임금협상츺 제대로 시작 조차 못하고 실정이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해고자 복직과 9년 연속 노사 무분규 기록 등 노사협력에 힘입어 국내 자동차 업체 3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해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노조 리스크’에 완성차 업체가 위기를 넘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최악의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5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가 파업을 한 건 4년 만이다.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시작된 갈등은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생산 손실은 약 2806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5월달 내수 판매도 61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해 하락세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에는 노조가 전체 조합원 2219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11개월 만에 마련한 결과물이 날아간 것이다. 투표자 2141명 중 1109명(51.8%)이 반대표를 던졌다.
르노삼성은 12개월간 임단협 타결은 고사하고 잠정 합의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들은 최근 도리어 파업에 참여한 인원에게 더 많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파업에 따른 일감절벽은 고용위협·생산차질 등 경쟁력을 깎아 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임단협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 수출물량 배정을 논의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생산 예정이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가 스페인 공장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조 내부에서도 서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전면 파업 지침에도 야간조 900여 명 중 절반은 정상근무를 했다. 지난 10일에도 62%의 달하는 노조원들이 정상 출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을 거부한 조합원들과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며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고 일반 조합원들의 지지는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입단협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한국GM.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4/art_15602183388125_234f9f.jpg)
한국GM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임금협상(임협)을 두 달 가까이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당초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30일 올해 임협 교섭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섭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연기됐다. 과거 4월이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올해는 기약 없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기본급 5.6% 인상과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250%(약 1000만원), 정년 연장 등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임단협 성과를 뒤엎는 수준으로 노사의 임단협이 결코 평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판매에서도 한국GM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내수 6727대 판매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쌍용차와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고 최하위인 르노삼성과의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 상황이다.
![쌍용자동차. [사진=쌍용자동차]](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4/art_15602183385055_3099f5.jpg)
쌍용차는 정반대로 긍정적인 ‘노사 화합’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임협 역시 교섭 절차를 밟기 전이지만 무난한 협상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만한 노사 관계는 신차 효과와 맞물려 판매 실적 개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만7731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4만1821대) 대비 14.1% 증가한 수치다. 특히 내수 판매는 3개월 연속 1만 대를 돌파하면서 국내 3위 자리를 완벽하게 굳혔다.
내수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르노삼성, 한국GM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르노삼성 노조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어기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완성차 업체는 ‘위기’를 넘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경영 환경을 감안한 행동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정부도 적극 나서 중재 역할을 하는 등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