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정해균 기자] '경영의 달인, 매출의 신, 사장 9단.'
일본 청소업체 무사시노의 대표이사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고야마 노부로 사장 앞에 붙는 말이다. 그는 적자가 이어지던 '무사시노'에 사장으로 취임한 뒤 매출을 끌어올리며 15년 연속 수익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또 2001년부터 기업 컨설팅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가 컨설팅을 맡은 600개 회사 중 파산한 기업은 한 곳도 없으며, 이 중 20%는 현재 역대 최고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컨설팅업체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 대기업 컨설팅업체 출신 대거 기용
최근 국내 경제계에서 컨설턴트 출신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활동 무대도 전자·자동차·식품·항공·금융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대기업 연말 임원 인사의 특징 중 하나가 컨설팅업체 출신 최고 경영진 선임이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사장), 홍범식 (주)LG 경영전략팀장(사장), 윤병석 SK가스 사장, 오규석 포스코 신성장부문장(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맥킨지, 베인앤드컴퍼니 등을 거친 컨설턴트 출신 기획·전략통이다.
◇ 상당수 재벌 3·4세, 컨설팅사 근무
재벌 3·4세들 중 상당수도 해외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조현상 (주)효성 사장(베인앤드컴퍼니), 박세창 아시아나IDT사장(AT커니),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보스턴컨설팅그룹),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엔플랫폼),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보스턴컨설팅그룹), 유석훈 유진기업 상무(AT커니),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보스턴컨설팅그룹), 장선익 동국제강 이상(보스턴컨설팅그룹), 최윤정 SK바이오팜 책임매니저(베인앤드컴퍼니), 구본권 LS니꼬동제련 부장(엑센츄어), 정남이 아산재단 상임이사(베인앤드컴퍼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장녀 박하민(맥킨지) 등이 있다.
컨설팅사가 재벌가 후계자들의 '경영사관학교'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올해도 컨설턴트업계 출신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주력 사업을 고도화하고,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 등으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컨설팅업체 출신을 찾는 이유다. 올해 임원인사에서 새롭게 발탁된 컨설팅업계 출신 CEO들을 살펴봤다.
◇ 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집행임원 사장
대한전선은 지난 22일 신임 대표집행임원(사장)으로 나형균 수석부사장을 선임했다. 집행임원제도는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는 별개로 업무 집행을 전담하는 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나 사장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삼정·삼일 등 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와 컨설턴트를 활동하며 전략·재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2011년 마이다스 대표, 2013년 안셀코리아 대표 등을 거쳐 2015년 대한전선에 합류했다. 조직 개편과 재무 안정화를 주도하는 동시에 전선 사업의 확장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
유유제약은 지난달 유원상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유 대표는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트리니티대 경제학과와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을 졸업한 뒤 아서앤더슨 컨설턴트, 메릴린치 컨설턴트, 노바티스 트레이닝매니저 등을 거쳐 2009년 유유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기획실장, 상무 등을 거쳐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2015년에는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유유헬스케어 대표이사에 올랐다. 유유제약은 유한양행의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친동생인 고(故) 유특한 회장이 1941년 설립한 기업으로 올해 창립 78주년을 맞았다.
◇ 김창대 비알코리아 대표
SPC그룹은 지난 4월, 6년 만에 비알코리아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새 대표이사에 선임된 김창대 부사장은 경영컨설턴트 출신이다. 김 대표는 고려대 산업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IBM컨설팅 서비스 총괄리더로 재직했다. 2010년 그룹 전략기획실 상무로 입사해 파리크라상, SPC삼립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업계에선 김 부사장이 1965년생으로 신임 대표이사들 가운데 가장 젊은 만큼 그룹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라는 그룹 비전 달성에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