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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광역개발공사, ‘공공성과 숫자’ 둘 다 요구받는 조직의 숙명

[FETV=박원일 기자] 분양이 회복되면 양호한 실적이 뒤따르고 대형 개발에 나서면 건전성 훼손 우려가 고개를 든다. 광역개발공사를 둘러싼 평가는 언제나 이처럼 두 갈래로 갈린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라는 주문과 민간 기업처럼 성과를 내라는 요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 때문이다. 최근 SH를 비롯해 대구·울산·전북의 광역개발공사를 차례로 점검하며 확인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광역개발공사 관련 기사에는 유독 비슷한 구조가 반복된다. ‘수익성이 개선됐다’, ‘실적이 반등했다’는 평가 뒤에는 어김없이 ‘부채 증가’, ‘현금흐름 부담’, ‘재무 건전성 시험대’라는 단서가 붙는다. 성과와 부담이 동시에 등장하는 이 공식은 우연이 아니다. 광역개발공사의 사업 구조 자체가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게 ‘잘했다’는 평가가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적이 좋아질 때다. 분양 회복이나 대형 개발사업 착수, 국책사업 참여는 단기적으로 외형과 수익성을 끌어올리지만 그 과정에서 선투자와 차입 확대가 불가피하다. 회수 시점은 길고 불확실한 반면, 재무 지표의 부담은 비교적 빠르게 드러난다. 성과의 출발점이 곧 리스크의 시작점이 되는 구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광역개발공사는 민간처럼 돈을 벌길 요구받지만 민간처럼 실패할 수는 없다. 수익성에 대한 기대치는 민간 기업 수준으로 설정되지만 위험 감내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기준이 적용된다. 높은 성과를 요구하면서도 실패 가능성은 최소화하라는 주문이 동시에 작동하는 셈이다. 이 같은 조건에서 ‘양면적 평가’는 피할 수 없는 결과다.

 

대구도시개발공사의 경우 실적 변동성 속에서도 재무 완충장치가 강조됐고 울산도시공사는 대형 개발과 국책사업 병행 전략이 주목받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 시험대에 올랐다. 전북개발공사는 분양 회복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평가받았지만 현금흐름 부담이라는 과제를 함께 안았다. SH공사 역시 공공주거 책임기관이라는 위상 속에서 신규 사업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서로 다른 지역, 다른 사업이지만 제기되는 질문은 서로 닮아 있다.

 

광역개발공사를 평가할 때 필요한 시선은 단기 성과나 재무 숫자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공성을 이유로 모든 재무 부담을 용인할 수도 없고 숫자를 이유로 공공 역할을 축소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성과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놓고 보는 이중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광역개발공사는 언제나 숫자와 명분 사이에 서 있다. 돈을 벌지 못하면 존재 이유를 묻고 돈을 벌면 공공성을 의심받는다. 이 모순은 개별 공사의 전략이나 경영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광역개발공사를 둘러싼 평가는 늘 양면적일 수밖에 없다. 공공성과 숫자, 둘 다 요구받는 조직의 숙명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