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한국전력이 3분기 영업이익 5조651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산업용 요금 인상 효과와 함께 연료비·SMP(전력도매가격) 하락이 맞물린 영향이다. 그러나 순차입금 120조원대, 사채 발행 한도 제한 등 구조적 재무 부담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요금 정상화 없이는 체질 개선이 어렵다”며 정책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3분기 실적 개선은 본질적 수익성 확대라기보다 ‘원가 사이클’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27조5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6% 늘었다. 그러나 실적을 끌어올린 주된 요인은 판매수익이 아니라 연료비(–18%)와 구입전력비(–4%) 하락이다. SMP가 116.9원/kWh에 머문 점도 비용 안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누적 재무 구조는 실적 흐름과는 다른 방향을 보인다. 연료비 하락으로 분기 실적은 개선됐지만, 한국전력의 총차입금은 여전히 130조원대 중반, 순차입금도 120조원 수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사채 발행 한도 역시 법정 상단에 근접해 조달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 같은 구조적 부담 때문에 3분기 호실적이 곧바로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사채 발행 여력과 상각 부담을 감안하면 요금 정상화 없이 재무 안정성 회복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력망 투자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행 요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이자비용과 투자비가 누적되며 현금흐름 압박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요금 인상 시점을 ‘내년 4분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과 제12차 전기본 수립 등 정책 이벤트가 겹치며 요금 정상화를 논의할 명분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원전 협정 개정 기대가 부각되면서 단기 주가 모멘텀이 형성됐지만, 이는 수출 모멘텀일 뿐 한전의 본질적 펀더멘털과는 별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실적은 원가 하락이 만든 단기 개선과 요금 정상화가 이끄는 구조 개선이 분리돼 흐르는 구도다. 연료비와 SMP가 반등하거나 송배전망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 한전의 비용 구조는 다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시장이 정책 변수를 최우선 관전 포인트로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