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21일 장중 9만9000원을 넘어서며 2022년 이후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메모리 업황 회복이 맞물리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지만, 단기 상승분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시선은 이미 ‘HBM4·DDR5’ 등 차세대 제품군의 경쟁력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소폭 하락했지만, 연초 대비 상승률은 45%에 달한다.
지난 14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시장에서는 D램 가격 회복과 비메모리 적자 축소가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공개를 앞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서 수율 안정화와 고객사 검증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선행 양산 체제를 마친 상황에서, 삼성은 후발주자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성능 우위’보다 ‘수율 및 원가 경쟁력’을 향후 점유율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본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HBM4 수율이 70% 안팎으로 안정화될 경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이 30%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2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유응준 전 엔비디아코리아 대표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벤더 밸런싱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며 “HBM4 공급망에서 삼성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0539462749_c27d3f.jpg?iqs=0.2567155505938207)
같은 날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반도체대전)’에서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각각 6세대 HBM4 실물을 나란히 공개했다. 양사는 AI 서버용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개선한 제품을 선보이며 차세대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행사장에서는 “이제 남은 것은 엔비디아의 선택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HBM4 샘플은 최근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닉스가 HBM3E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삼성의 후발주자 반격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세부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조달 다변화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가 HBM4 수요를 일부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낸드 라인에서도 감산 기조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생산 비중을 DDR5·LPDDR5X 등 고부가 메모리 중심으로 조정하며 고성능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가치 기반’ 사업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DS(반도체) 부문은 HBM과 DDR5 외에도 CXL(Compute Express Link) 메모리 등 AI·HPC용 신규 인터페이스 제품을 확대하며 고객 맞춤형 제품군으로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있다.
하나증권 김록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며 “D램 가격 상승이 내년 이익 상향의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모리 업종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에 기반한 움직임이며, 연말까지 업황 전망이 추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주가가 9만9000원을 넘긴 것은 실적 회복이 현실화됐다는 신호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다음 성장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HBM4 수율 안정화,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DDR5 확산 속도 등 세 가지 요인이 향후 주가의 분기점을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