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내 부동산신탁업은 14개사가 경쟁하는 427조원대 시장으로 단순 담보관리에서 개발형·책임준공형 신탁까지 외연을 넓혀 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 규제 강화로 업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부동산신탁업의 현주소와 각 사별 전략·리스크·전망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
[FETV=박원일 기자] 대신자산신탁이 사업구조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리스크가 커진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을 줄이고 대신 도시정비 중심의 차입형 토지신탁과 리츠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 수주가 전체 차입형의 80%를 차지하며 실적 또한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
대신자산신탁은 2019년 5월 디에스에이티컴퍼니㈜로 설립돼 7월에 부동산신탁업 본인가 승인을 받고 현재 상호명으로 변경됐다. 대신증권㈜가 최대주주로서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대신자산신탁의 체질 전환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318억원의 영업수익과 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300억원 이상 쌓으며 약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회복세다. 차입형 토지신탁 및 리츠 매입보수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회사의 사업구조는 최근 몇 년간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식으면서 시공사 부도, 공정 지연 등으로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신탁)의 리스크가 부각됐다. 대신자산신탁은 이에 대응해 책준형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차입형 신탁과 리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실제 수주 실적 변화를 보면 방향 전환의 속도가 드러난다. 2021년 ‘관리형 토지신탁’ 수주액은 36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202억원, 2023년 56억원, 2024년 125억원 등 규모를 대폭 줄였다.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2022년 처음으로 69억원을 달성한 뒤 2023년 142억원, 2024년 413억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398억원을 기록해 올해 말 전년도 수주액을 다시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도시정비사업 비중 확대’다. 2022년에는 일반 차입형 위주였지만 2023년부터 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수익구조의 중심이 바뀌었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비중은 70%, 올해 상반기에는 80%에 달했다. 상도15구역(250억원), 안산 주공9단지(50억원) 등 굵직한 정비사업이 상반기 수주를 이끌었다.
하반기에도 수주 모멘텀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0월 2일 양천구는 '목동 13단지 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270억원)' 사업시행자로 대신자산신탁을 지정 고시했다. 갈월동 재개발(150억원) 사업까지 성사될 경우 연간 수주액은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도시정비 분야에서 KB부동산신탁과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상반기 기준 대신자산신탁은 14개 차입형 사업장을 운영 중이며 이 중 8건이 정비사업형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 위치도 [사진 서울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5981641498_016a9b.jpg?iqs=0.8611287359520154)
리츠 부문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반기 ‘대신밸류리츠’ 등 신규 리츠 설립 과정에서 67억원의 매입보수를 인식했고 반기순이익 54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자산관리(AMC)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2개에서 올해 9개로 급증했다. 회사는 리츠 부문을 통해 장기 안정수익을 확보하면서 변동성이 큰 개발사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대신자산신탁은 LH의 ‘PF 선진화 마중물 개발앵커리츠 AMC’ 공모에도 참여한 상태다. LH가 11월까지 심사·평가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대신자산신탁을 포함해 4개 안팎의 AMC가 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서 모회사인 대신증권이 해당 리츠에 지분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AMC에 선정되면 투자자 모집과 투자 사업장 발굴, 투자심의위원회 운영, 자금 집행 및 관리 등 리츠의 전반적인 운용을 책임지게 된다. 대신자산신탁은 AMC 선정을 위해 LH에 3~4곳의 개발사업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건전성도 개선세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149%에서 올해 상반기 92.4%로 낮아졌고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642%를 유지하며 업계 평균을 웃돌고 있다.
![대신자산신탁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현황 [자료 금융통계정보시스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5981514061_86381e.jpg?iqs=0.45519945575631604)
업계에서는 중소 신탁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체질을 바꾸고 있는 사례로 평가하며 하반기 도시정비 수주 성과에 따라 실적 반등세가 확실히 굳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자산신탁 관계자는 “책준형 신탁은 대부분 준공돼 충당금 추가 적립 등 손실 요인은 크지 않다”며 “일반형 개발신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비사업 개발신탁에 당분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