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EU(유럽연합)가 이번달 7일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유럽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발 저가 철강 과잉 공급이 지속되며 제품 단가가 하락했고 지난 7월에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종결되며 대미 수출분에 50% 상호관세가 부과됐다. 보호무역 확산으로 수익성 회복이 더뎌지는 형국이다.
![올해 9월 국내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이미지 산업통상자원부 9월 수출입동향]](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3314080358_a1d690.png?iqs=0.13420690029189797)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5년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9월 철강 수출액은 26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산업통상부는 "철강의 경우 수출 물량은 증가했지만 단가 하락이 이어져 수출이 줄었다"며 “주요국 무역장벽 강화와 글로벌 공급 과잉이 철강 수출 단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EU의 추가 관세 인상까지 더해지며 업황 악화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EU는 지난 7일 발표를 통해 무관세 수입 쿼터를 기존 대비 47% 축소해 1830만톤으로 제한하고 초과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EU의 조치는 내년 6월 만료 예정인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내용으로 탈탄소 정책과 자국 산업 보호가 주된 이유다.
이러한 철강 관련 조치로 인해 국내 철강사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022년 전체 해외 매출의 0.95%(33억원) 수준이었던 포스코의 유럽 매출은 올해 상반기 4811억원으로 늘어 전체 매출의 8.87%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해 전체 유럽 매출(3166억원)을 이미 올해 상반기에 넘어선 만큼 유럽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표 철강 2사의 유럽 매출 및 비중 [자료 각사 반기보고서, 사업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3324931734_34389e.png?iqs=0.6692831734445291)
현대제철 역시 2022년 해외 매출 중 유럽 비중이 8000억원으로 17.19%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1.69%(1조18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22.63%(5888억원)로 상승했다. 이렇듯 국내 대표 철강 2사 모두 유럽향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세 인상은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대미 철강 관세 부담액은 3~8월 기준 약 2100억원으로 연말까지는 4000억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EU 관세 인상으로 두 기업의 관세 부담이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 모두에서 동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철강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철강업계는 정부의 대응책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는 현재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 직속 철강산업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특구 지정, 세제 및 재정 지원을 골자로 한다.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했고 여·야 양당의 당론으로 채택돼 조기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U의 철강산업 보호 계획 제안 관련 안내문 내용 [이미지 터키 주재 EU 대표부 홈페이지 발표문 캡처]](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3325003446_ca1d6f.png?iqs=0.9901584193700882)
정부는 이와 함께 EU와의 철강 쿼터 협의, 반덤핑 및 상호 관세 완화 논의도 병행하고 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0일 EU 철강 쿼터 감축에 관련된 대책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EU가 쿼터 배분시 FTA 체결국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협의를 통해 국내 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하나증권은 “EU의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한국 철강사의 유럽향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지만 현지 수요 둔화와 관세 부담이 겹치면 하반기 수익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