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 고용 확대를 주문하자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채용으로 화답했다. 이 가운데 주요 대기업의 임직원 평균 연봉 흐름을 보면, 5년 전과 비교해 대기업 간 격차가 한층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세종 국무회의에서 “대기업들이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늘리면서 무경력 청년들에게는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청년 신입 채용을 독려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비유를 들며, 청년 고용 문제 해결에 기업이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발맞춰 주요 그룹들은 앞다퉈 채용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총 6만명, 연간 1만2000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예고했다. 반도체·바이오·AI 등 미래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9개 계열사가 공채를 진행한다.
SK그룹은 상반기 4000명에 이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를 더해 연간 9000명을 선발한다. AI·반도체·디지털전환 등 전략사업 인재 확보가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7200명, 내년에는 1만명 규모 채용을 검토 중이다. 전동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품질·안전 관리 수요가 반영됐다.
한화그룹은 연간 5600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확정했다. 방산 부문에서만 2500명을 뽑고, 한화생명·한화손보·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도 적극 참여한다. 포스코는 올해 채용 인원을 400명 늘려 3000명으로 확정했으며, 향후 5년간 1만50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LG그룹은 3년간 1만명, HD현대는 5년간 1만명, 롯데는 5년간 1만5000명 채용을 각각 예고했다.
다음달 21일에는 한국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15년 만에 대규모 ‘상생협력 채용박람회’가 열린다. 삼성·SK·현대차·LG 협력업체 300곳이 참여해 현장에서 1500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이다.
채용 확대와 맞물려 대기업 임직원 보수 수준도 5년 새 판도가 바뀌었다. 한국CXO연구소 분석과 공시 등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은 기업은 2019년 9곳에서 2024년 55곳으로 늘었다. ‘억대 연봉’이 일부 기업의 상징에서 대기업 절반의 현실로 자리 잡은 셈이다.
SK하이닉스의 1인당 평균 급여는 2019년 1억1747만원에서 2024년 1억17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2024년 급여에는 2023년도 성과급이 사실상 반영되지 않아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억대 연봉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 폭은 제한적이다. 같은 기간 1억8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20%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거 1위였던 위상은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다. 반도체 투자 확대와 비용 부담이 임금 인상 여력을 제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업황 호조를 등에 업고 9700만원에서 1억4800만원으로 52% 늘었다. 전통 제조업 기업 가운데 가장 뚜렷한 증가세다. ‘철강 보너스’라 불릴 정도로 이익 변동이 직접 반영된 구조가 특징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한화솔루션의 직원 평균 연봉은 2019년 1억260만원에서 2024년 8900만원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정유·화학 업황 부진과 성과급 축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채용 확대와 더불어 임금 격차 구조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여전히 4000만원에서 500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억대 연봉 기업이 5년 만에 6배 늘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오히려 2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