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건혁 기자] 국고채 금리가 3% 중반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장기간 동결된 상황에서도 시장금리가 역행하자 회사채 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르며 증권사 조달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시장 심리를 흔들며 금리 상승세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4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10년물도 3.383%로 올해 고점(3.387%)과 사실상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10월까지만 해도 2%대였던 국고채 금리는 11월부터 3%를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고점(3.50%) 대비 낮은 수준에서 장기간 동결돼 있음에도 국고채 금리가 오히려 치솟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채금리는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를 미리 반영하는 만큼, 최근의 금리 상승에는 ‘기준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선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채 발행물량 증가, 미국 장기금리 상승 등 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외신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라고 언급하면서도 “금리 인하 폭과 시기, 정책 방향은 앞으로의 데이터에 달렸다”고 밝혀 시장의 긴축 우려를 자극했다.
이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시장금리가 출렁인 뒤였다. 국채금리 급등은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업계 전반의 조달 부담을 키웠다.
증권업계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증권사는 주로 회사채나 단기채(CP·전단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발행금리는 국채금리에 개별 스프레드를 더해 결정된다. 개별 스프레드는 신용등급·재무 건전성·업황·PF 익스포저 등 기업별 위험도를 반영해 붙는 프리미엄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시장 유동성이 경색될수록 확대된다.
실제로 AA- 등급 회사채의 3년물 금리는 11월12일 3.331%에서 이달 4일 3.492%로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3.484%)를 웃돌았다. 올해 최저치(2.846%)와 비교하면 약 64bp(bp=0.01%p)나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중소형 증권사의 상황이다. BBB- 등급 회사채는 같은 기간 9.183%에서 9.343%로 16bp 상승했다. 올해 최고치(9.335%)까지 넘어서는 등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가 먼저 조달금리를 올리니, 규모가 작은 증권사도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총재의 발언이 업계 전반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