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사태로 촉발된 미 당국의 노동자 단속이 MASGA로 순항 중인 조선 3사의 미국 현지 기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단기 체류자를 대상으로 하는 ESTA(전자여행허가) 제도를 운영한다. 해당 제도에서는 관광·출장 목적의 90일 이하 체류는 허용되지만 근로 활동은 금지된다. 이번에 적발된 한국인 직원 상당수는 ESTA나 단기 방문 비자(B-1)를 활용해 편법적으로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합법적 노동 활동을 위해서는 H-1B 비자와 같은 정식 취업 비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H-1B는 연간 쿼터가 한정돼 있고 절차가 복잡해 국내 기업들의 단기간 대규모 인력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이번 사건 역시 단기 체류 신분으로 입국한 기업의 주요 인력이 노동 활동으로 간주되는 범위에 투입되면서 불법 고용으로 단속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일(현지시각) 진행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의 조지아 주 HL-GA(LG에너지솔루션·현대자동차 합작 법인) 공장 단속 모습 [사진 미국이민세관단속국(ICE) 보도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3151042444_670921.jpg?iqs=0.03960558830404304)
결국 미국에 직접 투자하거나 생산 거점을 둔 기업이라도 확실한 비자 체계를 갖추지 못할 경우 대규모 구금 사태와 같은 인력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MASGA로 순항중인 대표 조선 3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를 마치고 5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한화오션USA홀딩스’,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등 지주·투자·마케팅·해양서비스 분야에 4개의 미국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많은 거점을 확보한 만큼 대규모 인력 충원 과정에서 비자 리스크 노출 가능성도 크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미국 내 직접 거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본사인 HD현대가 지난달 서버러스캐피탈과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조선소 인수 등을 언급하며 대미 진출 가능성이 검토됐다. 향후 미국 거점 설립이 추진될 경우 비자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면 인력 공백으로 인한 공정 지연 등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한화 필리조선소 모습 [사진 한화오션]](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3152433963_dd38bc.jpg?iqs=0.6338671396916649)
삼성중공업은 휴스턴에 100% 지분을 가진 해양설계 엔지니어링 법인을 2007년부터 운영해왔다. 현재는 미국 내 사업 노출이 3사중 가장 적지만 최근 비거 마린 그룹과 미 해군 MRO 협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연방계약 사업 참여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한국 엔지니어 파견이나 단기 인력 충원 과정에서 비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조선3사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주 증가와 MASGA 참여로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매출 6조4372억원, 영업이익 63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3.6%, 13배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5조1772억원, 영업이익 3278억원으로 각각 6.1%, 16.9% 늘었고 HD현대중공업은 매출 7조9696억원, 영업이익 9051억원으로 각각 16%, 3배 늘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현장 해프닝이 아니라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한국 기업 전반이 맞닥뜨릴 구조적 비자 리스크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단속 강화 기조가 확산될 경우 미국 내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비자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인력 확보 차질이 사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