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건설업계가 고령화와 청년층 기피로 인한 인력난 속에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며 중대재해 리스크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AI 번역 프로그램·통역 시스템·다국어 교육자료·모바일 앱 등을 활용한 맞춤형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추락·사망 등 중대재해가 잇따르면서 안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공사 입찰 제한, 과징금·벌점 강화 등 고강도 제재를 예고했고 기업들 역시 안전관리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건설기능인력 취업자 추이 및 연령대별 구성비 분포 [사진 건설근로자공제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3120508343_512503.jpg?iqs=0.47985358344650375)
문제는 현장의 구조적 한계다. 건설현장은 숙련공 고령화와 청년층 유입 기피로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48만명에 달했던 건설기능인력이 올해 7월에는 132만명으로 약 11%가량 감소했다.
규모 감소와 더불어 연령별 구성에 있어 고령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7월 기준으로 20·30대 비중은 16.4%에 불과한데 비해 40대 21.3%, 50대 34.2%, 60대 이상 28.1% 등 고령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상태다.
이 공백을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다. 실제로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0년 11.8%에서 2021년(12.2%), 2022년(12.7%), 2023년(14.2%)까지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14.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 증가에 따른 언어·문화 장벽은 안전관리의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수칙이나 위기상황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현장에서의 실수가 늘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선 체계적인 교육·통역 시스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주요 건설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국어 교육자료, AI 음성 번역 프로그램, 전문 통역 시스템 등 도입을 통해 맞춤형 안전교육과 통역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15개국 언어로 구성된 모바일 통역 앱을 개발해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전 신호체계를 외국인 근로자 맞춤형으로 표준화하고 작업 전 안전 점검·사고 예방 조치를 다국어로 공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협력사 근로자의 30%가 외국인인 점을 고려해 다국어 교육자료와 현지 언어로 제공되는 안전보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외국어 전용앱 ‘모바일 HPMS’ 개발·배포를 통해 중국어·베트남어·태국어 등을 지원하며 건설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500개 이상의 문장을 번역해 제공한다.
대우건설은 AI 번역 시스템을 활용해 11개 언어로 안전보건 교육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친숙한 캐릭터 모델과 이미지를 활용해 교육 내용을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언어 장벽을 줄이고 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어깨동무M’ 플랫폼에 AI 자동번역 기능을 추가해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을 개선하고 있다. 공지사항·안전정보 등을 신속히 번역해 전달할 수 있도록 해 근로자들이 실시간으로 중요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GS건설은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AI 음성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를 도입하고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방대한 시공 기준서를 AI 기반 매뉴얼 시스템으로 전환해 현장 작업자가 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현장 내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파트 현장에서 ‘자이 보이스’를 활용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사진 [사진 GS건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3121337634_76b4ba.jpg?iqs=0.29523956970422693)
건설업계는 현재의 인력 구조와 안전 리스크가 맞물리며 건설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대상 안전교육 체계 강화가, 장기적으로는 건설업 전반의 이미지 개선과 근무환경 혁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이 곧 기업 경쟁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산업 자체에 대한 구조적 개선 없이는 인력난과 안전 리스크의 악순환을 끊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제작된 안전보건교육 영상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관련 지식과 경각심을 가지고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대우건설은 전세계 다양한 국가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서 국내외에 근무하는 글로벌 건설 근로자들과 함께 더욱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자이 보이스' 외에도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현장과 협업해 개발 중”이라며 “건설현장에서도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