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삼양그룹이 약 30년 간 공 들인 바이오 사업이 전환점을 맞았다. 코로나19 변수로 지주사에서 자금 지원을 받았던 삼양바이오팜이 이제 R&D 성과와 신약 개발 준비를 무기로 다시 독립에 나선다. 이전과 달리 중장기 전략과 기술력 중심의 성장을 내세운 승부수다. FETV는 이번 분할 배경과 경영진 변화, 그리고 차세대 사업 전략을 통해 삼양바이오팜의 시장 가능성을 짚어본다. |
[FETV=김주영 기자] 삼양그룹이 30년 동안 공들이며 사업 기반을 다져온 바이오사업을 최근 지주사 삼양홀딩스로부터 분할시켜 독립 법인으로 재탄생시키기로 결정했다. 4년 동안 R&D 재원 확보와 리스크 관리 필요로 지주사 체제 안에 두었지만 이제는 독립해도 될 만큼 기술·사업 역량이 갖춰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분할은 바이오 사업에 대한 기업가치를 외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삼양홀딩스는 오는 11월 1일 의약바이오 부문을 인적분할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번 분할은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 안정성을 확보했던 바이오 사업을 기술 성과와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독립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양바이오팜은 1995년 삼양사 의약사업부에서 출범했다. 이후 2011년 삼양사로부터 물적분할돼 항암제 및 약물전달시스템(DDS), 수술용 봉합사 등 의약·의료기기 분야에 집중했다. 하지만 2021년 삼양홀딩스에 흡수되며 지주회사 산하 사업부로 재편됐다. 합병 당시 삼양홀딩스 측은 조직 운영의 효율화와 인적·물적 자원 공유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실적 추이를 보면 구조 변경의 배경이 드러난다. 삼양사와 삼양홀딩스의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양바이오팜은 2011년 삼양사로부터 분할된 이후 2019년까지 매출과 수익성 모두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매출은 2011년 65억원, 2012년 441억원, 2013년 507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고 2019년에는 94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011년 9억원에서 2019년 125억원까지 증가했다.
![삼양바이오팜 연간 매출. [자료 전자공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4/art_174943546717_e0e57d.png)
하지만 2020년에는 매출이 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4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삼양홀딩스는 당시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꼽았다. 수술용 봉합사, 항암제 등 병원 내 수요에 의존하는 품목의 비중이 높았던 만큼 전 세계적으로 병원 내 비필수 수술이 줄고 환자 내원이 감소한 영향이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정기 투약 일정이 중요한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들의 병원 방문 자체가 줄어들면서 처방량이 줄었고 수술용 의료기기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대기수술 감소와 선택 진료 축소로 인해 판매가 감소했다.
삼양바이오팜은 바이오 중심 기업으로서 연구개발비 집행은 일정 수준 이상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고정비 부담은 유지됐다. 이로 인해 수익성은 더 큰 폭으로 악화됐다.
삼양그룹 이러한 시기에 바이오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결정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양바이오팜을 지주사에 흡수시키기로 했다. 불확실성이 큰 R&D 투자에 대비해 자금 조달과 리스크 관리를 지주사 내부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 항암제 생산을 위한 GMP 기반 공장 건설, mRNA 전달체 기반 기술 플랫폼 개발 등 중장기 R&D 전략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다년간의 기술 축적과 시제품 확보 등 일정한 성과를 축적했고 2024년 기준 매출은 138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주사 내에 위치하면서 연구개발을 위한 실탄 마련 문제는 해소할 수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독립 법인 형태로 운영되지 않아 바이오 사업의 특성에 맞춘 강점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삼양그룹으로서는 이를 위한 해소 방안으로서 분할을 택한 셈이다.
삼양바이오팜은 다수의 파이프라인과 전달체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내부 조직으로 편입되면서 별도 실적공개가 불가능했고 이에 따라 기술력 및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서의 시장 평가가 제한됐다. 바이오 산업의 경우 R&D 투자, 임상 진척도, 기술가치 등이 핵심 평가요소인데 지주사 내 사업부문에서는 이를 외부에 투명하게 전달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이번 분할은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삼양홀딩스는 공시 자료에 분할의 목적을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사업부문의 역량을 집중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기재했다. 또한 각 사업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시장에서 기술력을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한 구조 개선이 필요했다고 명시했다.
삼양홀딩스는 실제로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삼양바이오팜의 기술력과 사업성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투자자의 요구가 지속됐다고 전했다. 실적이 안정 궤도에 오른 가운데 이 같은 요청이 누적되면서 결국 독립 법인화를 통한 분할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됨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삼양홀딩스는 분할신주 배정기준일 현재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를 대상으로 1주당 삼양바이오팜 신주 0.960767주를 배정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분할 이후 삼양바이오팜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삼양홀딩스는 지주사업에 집중한다.
기술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전달 플랫폼 중심 전략으로 전환한 점이 특징이다. 플랫폼 기반 기술은 다양한 물질에 적용이 가능하고 임상 실패 리스크를 낮출 수 있어 CDMO 및 라이선싱 협업 측면에서도 확장성이 크다. 이에 따라 R&D 중심의 중장기 수익모델 확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상장 이후 삼양바이오팜은 연구개발비, 임상 현황, 기술 이전 등 정보를 외부에 직접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파이프라인의 기술적·경제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시장에 제시하고 투자자와 소통도 강화할 방침이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실적 중심보다는 파이프라인, 기술력, 성장성 중심의 가치 평가가 중요하다”며 “이번 분할은 독립 법인을 통한 기술력 중심의 적정 가치 평가를 위한 구조적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