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해 말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8%대로 치솟으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PF 부실이 수면위로 떠오른 탓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PF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요구하면서 저축은행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FETV는 주요 저축은행별 PF대출 현황과 이를 책임지고 있는 주요 인물들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
[FETV=임종현 기자] 저축은행업권의 연체율이 지난해 말 8% 중반대로 치솟으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누적된 영향으로 저축은행 여신 건전성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PF는 저축은행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였다. 2020년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호황이 맞물리며 중소형 개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PF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부동산PF는 일반 대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저축은행들이 외형 확대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저축은행업권은 은행·보험사와 달리 후순위·브릿지론 등 위험도가 높고 수익률이 높은 물량을 주로 취급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이들 사업장에 문제가 발생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다수의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부실률도 증가하며 연체율이 급속도로 상승했다.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본 PF 대출을 받기 전 토지 대금 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기 대출이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아 제2금융권이 주로 취급한다.
업계는 올해 부동산PF 부실채권 매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경·공매 및 공동펀드 조성, 부실채권(NPL) 매각 전문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대출 연체율 12.81%, 부동산PF 부실 영향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52%로 전년(6.55%) 대비 1.97%포인트(p) 상승했다. 2015년 말(9.2%)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현황. [자료 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417/art_17452183424542_800c76.png)
연체율 상승의 핵심 요인은 부동산PF를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 부실 누적이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12.81%로 전년(8.02%) 대비 4.79%p 급증했다. 전체 기업대출 약 50조원 가운데 PF·브릿지론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은 13조원에 달한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2022년부터 본격화됐다. 2022년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은 채권시장을 급랭시키는 촉매가 됐다. 이후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침체, 전국적인 미분양 증가 등이 맞물리며 건설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악조건 상황에 일부 건설사들은 PF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여파는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직결됐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022년 말을 시점으로 지난해 말까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말 4.08%에서 2023년 말 7.75%, 2024년 말 10.66%로 매년 약 3%p 상승세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총 여신액 중 부실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 및 거래자 채무상환 능력 저하 등 부정적 영업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공매 등 부실채권 정리 박차...부실채권 매입 위한 자회사 설립 예정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달 21일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저축은행업권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동산PF 부실자산 정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부동산PF·브릿지론 부실을 줄이고 연체율을 낮춰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저축은행 결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있다. [사진 저축은행중앙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417/art_17452183931035_9532a8.jpg)
오 회장은 "저축은행 업권의 PF 대출 규모가 2022년 말 26조원에서 현재 13조원까지 준 상태"라며 "올해 2조5000억원가량을 더 줄여 전체 자산의 10% 아래 비중으로 떨어뜨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경·공매, 정상화 펀드 등을 통해 부실채권 정리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저축은행 제고 방안에 따라 부실채권 관리회사 설립, 인수합병(M&A) 활성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저축중앙회는 올해 안에는 부실채권 자회사를 설립, 하반기에는 일부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는 계획이다.
오 회장은 또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언급하며 연체율 상승에도 최악의 상황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2022년부터 경영 상태는 어려워졌지만 자본 구조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자본 안정성이 떨어지는 와중에 연체율이 높아지면 위험하겠지만 현재는 연체율이 올라가도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5.02%로 법정 기준(7~8%)을 크게 웃돌았다. 유동성 비율도 법정기준인 100%를 상회하는 181.92%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