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제약업계엔 각 사를 대표하는 제품이 존재하고 주요 질환 영역에서 회사별 제품의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 FETV가 치료 영역별 현황과 실적 자료를 기반으로 제약사들의 주요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시장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
[FETV=김주영 기자] 국내 소화성 궤양 질환 시장은 기존 PPI가 주도하는 구조였지만 HK이노엔이 P-CAB 치료제를 출시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대웅제약이 펙수클루를 출시하며 참전했고 제일약품 또한 자큐보정을 내놓으며 P-CAB 치료제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P-CAB의 존재가 알려진 건 2015년 일본 다케다 제약이 보신티(다케캡)를 출시하면서다. 이후 2019년 HK이노엔이 케이캡을 출시하면서 국내에 첫 P-CAB 시장을 열었다. 소화성 궤양 치료제 시장에서 PPI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기존 PPI는 전구물질(prodrug)로 위산에 의해 활성화된 후 프로톤 펌프와 결합해 위산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식사 전에 투약해야 하고 반복 투여해야만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P-CAB은 식전 식후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고 약효 지속력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존 소화성 궤양 치료제 시장은 PPI제제가 점유하고 있다가 점차 P-CAB이 이를 대체해나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 펙수클루, 온코닉테라퓨틱스 자큐보의 매출 실적. [자료 전자공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416/art_17445942994936_d20d97.png)
국내에서 P-CAB 시장의 포문을 연 건 HK이노엔이다. HK이노엔은 2018년 허가 승인을 받고 2019년 3월부터 P-CAB인 케이캡을 판매를 시작했다. 케이캡은 출시 직후 매출 346억원을 올리며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2024년 매출은 1688억원으로 출시 연도부터 현재까지 평균 연간 매출 성장률 43.9%를 기록했다. 케이캡은 판매 5년만에 PPI와 P-CAB을 포함한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의 15%를 차지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HK이노엔의 매출 구조도 변화했다. 이전까지 혈액 및 체액대용제 등의 기초 수액 제품 매출이 중심이었다가 케이캡 출시 이후 P-CAB이 HK이노엔의 성장을 주도해나갔다. 케이캡은 HK이노엔 전체 매출 중 2019년 6%에서 2024년 18.8% 비중으로 상승했다.
케이캡이 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며 성장을 해나가자 대웅제약도 2022년 7월 펙수클루를 출시하며 참전했다.
2023년 펙수클루는 매출액 553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1년만에 84.3% 성장한 1019억원을 달성했다. 케이캡에 이어 펙수클루가 가파른 매출 성장을 이뤄내며 HK이노엔을 뒤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케이캡과 펙수클루 간 매출 격차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2023년에는 641억원에서 2024년 669억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가파른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 있지만 HK이노엔의 케이캡 또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며 P-CAB 시장에서의 위상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웅제약은 펙수클루를 3대 혁신신약 중 하나로 지정했다. 올해 종근당과 펙수클루 공동 프로모션 및 유통 계약을 맺고 올해 연매출 15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이를 이뤄내면 올해 펙수클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제일약품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정이 후발주자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자큐보정은 지난해 148억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HK이노엔에 이어 대웅제약, 온코닉테라퓨틱스까지 더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P-CAB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원외처방실적(시장 내 거래액) 기준 전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은 2019년 7497억원에서 2024년 1조3754억원으로 늘어났다. 2019년 P-CAB의 점유율은 3%에서 펙수클루가 출시된 시기인 2022년 14%, 자큐보가 출시된 2024년에는 20%로 높아졌다.
제약업계는 세계적인 P-CAB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인 중국과 2위 미국으로 진출했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를 지난 7일 국산 P-CAB 최초로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4위인 인도로 진출시켰다. 온코닉테라퓨틱스 역시 자큐보정를 향후 21개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소화성 궤양 질환은 국내외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시장성이 크고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며 “앞으로도 환자 중심의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