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2년 만에 당기순이익 3조원대 재진입에 성공한 우리금융그룹이 비이자이익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달성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후 끈질지게 노력해 온 수익원 다변화가 조금씩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그룹 핵심 비즈니스인 기업금융, 글로벌 사업 외에 비이자이익 측면에서 성장 주춧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올해 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화하면 은행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향후에도 비이자이익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가야만 한다.
◇비이자이익, 대형사 제치고 두 자릿수 성장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024년 누적 당기순이익 3조86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2조5060억원)보다 23.1% 늘어난 것으로, 역대 두 번째 실적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2년 순익 3조1420억원을 내며 첫 3조원대 기록을 세웠지만 이듬해 성장분을 모두 반납하며 20% 역성장했다. 하지만 2024년 은행을 필두로 그룹이 순익 강화를 공언, 1년 만에 6000억원가량 끌어올리며 3조원대 재진입에 성공했다.
여전히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지만 비이자이익을 눈에 띄게 끌어올린 점을 주목할 만하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1조554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조950억원)보다 41.9% 급증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5.1% 늘었으며,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5.0%, 2.3% 줄었다. 우리금융보다 덩치가 큰 금융그룹들도 비이자이익을 늘리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은 이번 비이자이익 성적으로 역대 최고 실적이던 2022년 1조1490억원보다 4000억원 이상 더 거두는 성과를 냈다.
분기별로는 특히 2분기(5350억원)와 3분기(4930억원) 비이자이익이 눈에 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92.4%, 70% 불었는데, 연초 영업력을 제고한 뒤 2분기 호실적으로 한층 높아진 분위기를 3분기에도 이어갔다. 특정 시점에만 비이자이익이 몰리지 않았다는 점은 비이자 비즈니스 기초 체력이 튼튼해졌다는 방증이다.
이번 비이자이익은 비중이 가장 큰 수수료이익 덕분이었다. 우리금융의 작년 수수료이익은 2조860억원으로 1년 전(1조7200억원)보다 21.3% 증가했다. 4대 금융 중 가장 큰 증가세로, 예보료 및 기금출연료, 리스자산감가상각비 등에서 발생한 마이너스(-)를 상쇄했다. 대출채권평가 이익도 3020억원으로 45.2% 늘어나 비이자이익 성장에 기여했다.
임 회장이 취임 후 지속 강조한 체질 개선 노력이 성과를 냈다. 임 회장은 2023년 그룹 수장이 된 이후 기업금융과 글로벌을 핵심 비즈니스로 꼽으면서도 자산관리를 비롯한 비이자이익 경쟁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연초에는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며 영업력 강화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덕분에 취임 2년차를 마무리면서 비이자이익을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NIM 하락 본격화...절실해진 보험사 인수
이제 과제는 비이자이익 '지속 성장'이다. 올해 NIM 하락 사이클이 본격화하는 만큼 비이자이익 강화 추세를 이어가야 한다. 그룹 이자이익을 좌우하는 우리은행 NIM은 작년 4분기 1.40%로,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1.4%대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분기별로 0.07~0.15%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올해 기준금리가 더 내릴 가능성을 감안하면 조달비용 관리에 만전을 기해도 NIM 하락은 불가피하다.
우리금융은 비이자이익을 위해 보험사 인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보험사 M&A는 임 회장 임기 중 최대 과업으로 꼽힌다.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 SPA를 체결하면서 인수 직전까지 왔으나 지난해 발생한 부정 대출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를 이달 중 금융위원회에 송부한다는 계획이다. 자회사 인수 승인 여부는 금감원 심사, 금융위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우리금융으로선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 짓기 전까지 은행 외 우리투자증권을 중심으로 비이자이익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우리금융 증권 계열사로 조직 세팅, 인력 영입, MTS 개발 막바지에 한창이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 7.2조원, 순익 26억원으로 아직 그룹 내 비중은 미미하지만 연내 MTS 등 리테일 채널을 구축해 2026년까지 고객 자산 4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