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음료(F&B) 시장은 오랜 기간 ‘저위험 저수익(low risk low return)’ 전략을 고수했다. 대세로 한 번 자리 잡으면 입맛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공장 신설이나 증설 이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요동치지 않는 시장이 곧 F&B였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그동안 F&B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내수 수요 감소가 가시화됨에 따라 기류가 변했다. 신성장 동력을 탑재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가 동일하게 글로벌과 바이오를 신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내수는 건강기능식품 등 바이오를 결합해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사업으로 수요를 증가시켜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잠잠했던 F&B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격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오리온의 성장 전략이 부각되고 있는 중이다. 국내 F&B 업체 중 첫 진출은 아니여도 선제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다. 그리고 중국 사업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리가켐바이오를 인수하며 신성장 동력을 탑재했다.
연혁을 살펴보면 1956년 오리온(당시 동양제과)을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최고의 히트상품 ‘초코파이情(정)’을 1974년에 출시했다. 초코파이情 흥행이 중국에까지 알려지면서 보따리상이 국내에서 구매해 해외 현지에서 다시 파는 현상도 일어나기도 했다.
한‧중 관계도 오리온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시킨 계기였다. 1991년 한국과 중국은 무역대표부를 설치해 영사 기능을 일부 수행하며 새로운 교류를 시작했고 1992년 한‧중 수교로 이어졌다. 오리온이 중국 베이징사무소를 개소한 연도가 1993년이다.
이어 초코파이情을 러시아에 첫 수출했고 1995년 중국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보다 가속화했다. 현재 오리온의 해외 현지법인을 살펴보면 홍콩, 러시아, 베트남, 인도, 중국, 미국에 이른다. 그중 홍콩법인은 중국사업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선제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안착했다. 이는 곧 오리온이 바이오 시장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던 자금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초 오리온은 중국사업의 지주사인 홍콩법인 PAN ORION Corp을 앞세워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인수했다.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low risk low return’의 F&B 업체가 ‘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의 바이오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선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리가켐바이오가 오리온의 품에서 ‘신약개발’의 로드맵을 그려나갈 수 있을까.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 다수의 F&B 업체가 바이오를 식품과 결합한 건강기능식품으로 추진하고 있다면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의 주요사업은 ADC(Antibody-Drug Conjugates: 항체-약물-결합체)와 합성신약분야와 의료기기, 의료용 소모품 판매사업이다.
해외 시장에 첫 발을 디딘 것과 같이 바이오 시장에 승부수를 띄운 오리온.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해나가며 선례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국내 F&B 업체의 새로운 이정표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도 생긴다. 그럼에도 아직 오리온의 주가는 이전과 큰 변동은 없다. 신로드맵은 그만큼 시장의 인정을 받기 힘들다.
리스크가 없는 분야는 없다. 그러나 요동치는 F&B 시장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을까. 달리 보면 오리온의 선택이 high risk high return으로 보일지라도 그 안의 속내는 low risk high return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