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4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올해 은행 성적표 '자본비율' 관리에 달렸다

원화가치 추락에 CET1비율 하락 전망...RWA 1000조 육박
대출자산 축소 가능성 높아져..."그룹차원 상시 모니터링 강화"

 

[FETV=권지현 기자] "(달러당 1390원대인) 지금 환율이 12월까지 가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에 굉장히 부담이 걸린다. 연말 환율이 1400원으로 끝나게 되면 비율을 맞추는 데 굉장히 어려워진다. 각 금융사가 자산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지난달 19일 대한상공회의소의 금융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내 대형금융지주 회장이 우려했던 '연말 환율 1400원'이 탄핵정국으로 현실화되면서 은행권 자본비율 관리가 막판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올 한 해 가계대출 증가에 제동이 걸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기업금융을 강화해 위험가중자산(RWA)이 일제히 증가한 가운데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RWA 상승 압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RWA가 많아질수록 자본적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낮아지게 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1원 내린 1426.9원(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 내내 13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트럼프 트레이드'가 몰아치면서 1400원을 넘어서더니 지난 9일에는 1437원으로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원화 가치 하락폭이 더 확대된 상태다.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단기간 내에 끝나지 않고 강달러와 높은 변동성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환율 상승은 은행의 자본적정성 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달러값이 오르면 외화로 된 RWA의 원화환산액이 늘어나 CET1비율을 낮추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은행권 평균적으로 CET1비율은 2∼3bp(1bp=0.01%포인트)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러당 1310원 수준이던 작년 이맘때 환율과 단순 비교해도 CET1비율은 1년 만에 최대 34bp가량 이미 뛰어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주자본비율 1bp 움직임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난달 트럼프 당선 후 환율 상황과 자본적정성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최근 탄핵정국이 급물살을 타면서 긴장도가 더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5대 은행은 기업대출에 중점을 둔 영업전략으로 대출자산 성장을 이뤘다. 9월 말 기준 이들 5곳의 기업대출 잔액은 851조원으로, 연초와 비교해 8.2%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11%대 두 자릿수 늘었으며, 국민·하나·농협은행도 6%가량 기업대출이 불었다.  


기업대출은 담보제공과 주로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 RWA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기업금융을 확대할수록 높은 역량의 자본관리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9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RWA는 전년 같은 기간(917조원)보다 6.8% 증가한 980조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다.

 

RWA 증가를 상회할 만큼 수익(이익잉여금)이 받쳐줬기 때문에 5대 은행은 전년보다 오르거나 비슷한 수준의 CET1비율을 기록했지만, 이번 환율 급등으로 RWA 상승폭이 예상치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확대된다면 CET1비율 하락을 면하기 힘들다. 국내 대형금융지주들이 CET1비율에 연동한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는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면에서도 CET1비율과 이를 결정하는 RWA의 중요성은 특히 커진 상태다.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은행(은행지주사 8곳+비지주은행 9곳)의 CET1비율은 13.33%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2∼13%)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높은 수준의 환율이 이어진다면 위험가중치가 높게 책정되는 대출자산을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달 들어 원화가치가 더 추락하자 금융지주들은 그룹 차원에서 은행 등 계열사 자본비율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 금융시장 동향을 데일리로 모니터링하며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했으며,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 및 관계사의 자본비율, 유동성 관리 등 중요 모니터링 지표에 대한 더욱 세밀한 관리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