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계엄 사태 후폭풍에 더해 탄핵정국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전례 없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밝힌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이 '빠른 뒷수습' 차원에서 해외투자자 마음 잡기에 적극 나섰다.
안그래도 수익성 확보, 건전성 관리 등 내년도 난제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이 돌아서면 금융지주의 경쟁력 역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금융지주들은 그간 내놓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면서도 해외IR(기업설명회), 리스크 관리 등을 강화해 투심 이탈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계산이다. 4대 금융 주식은 9일 하루에만 종가 기준 평균 3.87% 급락, 코스피 하락폭(2.78%)을 상회했다. 4대 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62.9%에 달한다.
◇KB, 해외 현지에 '편지' 발송...신한, 재무 기초체력 안정성 소통
KB금융은 '정치적 리스크' 대외 영향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현지 이해관계자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중앙은행(NBC) 감독국장과 국내 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이슈 발생에 대해 지속 논의하기로 했으며,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비상계엄령 선포·영향도 질의에 대응하고 주요 대주기관을 대상으로 현황 설명 서신을 발송했다. 비은행 계열사의 경우 현재까지 감독당국, 파트너사, 고객사 등 각 이해관계자로부터 이슈 제기나 문의사항은 없지만,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본사에 보고, 관리토록 했다. 또 KB금융은 주요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한을 발송해 이번 정치적 상황을 설명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는 물론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그룹 컨퍼런스콜, 대면미팅 등을 통한 실시간 정보공유로 투자자 이탈 및 시장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지난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에 대한 변함없는 이행 역시 약속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한금융도 해외투자자와의 실시간 소통을 강화, '투심' 지키기에 나섰다. 해외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투자자의 우려사항을 최소화하고 시장 변동성 관리를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 힘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유동성 리스크를 포함한 리스크 전반에 대해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그룹의 재무 기초체력 안정성에 대해 적극 소통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제고 방안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대외 신인도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대비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별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며 시장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 CEO 등 투자자 미팅 확대...우리, 해외IR 강화로 그룹가치 피력
하나금융은 해외투자자 대면·비대면 소통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 및 이사회에서 국내외 투자자와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 적극 소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이미 위기 상황에 대응해 수립된 2025년도 사업계획을 굳건히 이행할 방침이다. 앞서 공시한 밸류업 계획은 각 자회사의 이사회 및 경영진이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시장 및 경제 산업 현황을 전방위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위기상황에 대비해 그룹 및 관계사의 자본비율, 유동성관리, 자산건전성 등 중요 모니터링 지표에 대한 더욱 세밀한 관리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더욱 적극적인 해외IR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그룹 CEO 뿐만 아니라 최고재무책임자(CFO) 수준에서도 해외IR을 진행,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를 더 강하게 어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유동성 규제 비율을 준수하고 있고 예수금과 관련해 유의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매일 세심한 모니터링을 통해 대외신인도 하락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지역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해외IR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미 공시한 밸류업 방안 역시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