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에 코스피가 36.10p(1.44%) 내린 2464.00에 장을 종료한 4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41249/art_17333035854856_c3c821.jpg)
[FETV=권지현 기자]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하루새 4200억원 이상 이탈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금융주가 급락,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효과로 끌어올렸던 주가 대부분을 반납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4일 하루 동안 국내 증시에서 4220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 속에서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 판단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전국 비상계엄령이 선포, 6시간여 만인 4일 새벽 국회 의결로 해제됐다. 한국은행이 4일 단기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를 발표하는 등 금융당국이 가용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내 증시에 우려했던 만큼의 큰 충격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금융주 만큼은 예외여서 외국인들의 투매급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외국인들의 투자금 회수는 이들 지분이 상당한 국내 대형 금융지주에 집중됐다. 외인들은 4대 금융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신한지주 주식 653억원을 순매도했으며, 하나금융지주(488억원), KB금융(471억원) 주식도 5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주가가 KB금융의 약 6분의 1수준인 우리금융 주식은 82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날 발생한 4대 금융 순매도액은 1700억원가량으로 외인 전체 매도금액의 40%를 웃돈다.
이에 금융 대장주 KB금융은 4일 종가 9만5400원을 기록, 전날(10만1200원)보다 5.73%(5800원)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는 6만1600원으로 전일보다 6.67%(4400원) 떨어졌으며, 신한지주(5만2700원)와 우리금융지주(1만6720원)는 각각 6.56%(3700원), 2.79%(480원) 주가가 내렸다. 이들의 평균 하락률은 5.44%로 지난 8월 초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4대 금융의 평균 외국인 지분율은 63.4%에 달한다. KB금융(78.14%)이 유일하게 70%를 넘어섰으며, 하나금융(68.29%)과 신한지주(61.09%)도 투자자 절반 이상이 외인이다. 우리금융은 46.11%로 절반 수준에 근접해있다.
외국인들이 최근 집중 매수했던 금융주 물량을 쏟아내면서 그간 주주환원 확대에 힘써 주가 훈풍이 불었던 금융업계에 다시 '찬바람'이 도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금융지주들은 잇달아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등을 발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 입김에 힘들게 밸류업 정책을 내놓았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계엄 사태를 만든) 정부 탓에 '밸류다운' 된 형국"이라며 "수년 만에 처음으로 고점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외국인 이탈 등으로 다시 '금융주 저평가' 단어가 튀어나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가 다른 시장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지 못하는 요인으로 저성장 및 남북 대치와 재벌 중심의 불투명한 기업 경영 등이 꼽혀왔는데, 여기에 계엄 사태까지 추가돼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더 짓눌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해외 금융업계에서는 우리 시장을 두고 이 같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스호퍼 자산운용의 대니얼 탄은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한국 관련 자산과 주식·통화·채권을 거래하는 데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웃돈)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슈누 바라단 미즈호 증권 아시아 매크로 리서치 책임자는 "이번 계엄령 선언은 한국 자산에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남겼고, 기본적인 요소들이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