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건설업계 불황이 길어지면서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들의 '생존 전략'이 갈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본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급화 전략에 집중하며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입지가 뛰어난 재건축·재개발 대규모 사업장에서 성공 사례를 쌓아 시장에서의 우위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지역 밀착형 사업과 실수요층을 겨냥한 실속 있는 설계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초역세권과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의 중소형 프로젝트에 집중,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서초구 한 대규모 재건축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 4층~지상 48층, 총 2000가구 이상의 대단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유명 해외 건축가와 협업해 한강변의 상징적인 랜드마크 단지를 설계 중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사업으로 다시 한번 고급 주택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급화 전략과 대규모 단지 설계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높은 신뢰를 주며 수익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잡는다는 복안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자본력과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고급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며 “조합원들 입장에서도 대형사의 이름값이 사업 안정성과 성공 가능성을 담보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대규모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시장 내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중견 건설사들은 규모보다는 이익이 보장된 ‘알짜배기’ 재건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미건설은 지난 2일 서울 상봉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약 700억원 규모로, 단지 크기는 크지 않지만 상봉역이라는 역세권 입지적 강점과 합리적인 사업비 구조로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미건설은 밀착형 개발 전략과 실속 있는 설계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높은 신뢰를 얻으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작은 규모라도 사업성이 있었지만, 불황일 때는 규모가 작은 사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견 건설사들은 신중하게 사업을 선별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구미중앙숲지역주택조합과 강화2지역주택조합 등 도시정비사업뿐만 아니라, ‘경기지역 전력구공사(신가평동서울)’, 국도59호선 연곡현북 2공구 도로건설공사와 같은 토목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양은 올해 부산 삼보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고양행신 1-1구역 재개발정비사업, 경인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을 맡았다.
업황 불황이 지속되는 만큼 실질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견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알짜' 사업의 경우 규모는 크지 않아도 대규모 사업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낮고, 실수요층을 겨냥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실적을 쌓을 수 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중견 건설사들이 수익성 검토에 더 신중한 이유로 공사비와 자잿값의 상승, PF(프로젝트파이낸싱)리스크를 꼽는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 전체가 공사비와 자잿값 인상에 대한 부담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뛰어들면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작은 규모의 사업을 맡는 틈새시장 공략 느낌과 다르다. 그 사업이 보장하는 수익률과 안정성이 핵심”이라며 “건설사들은 사업 타당성을 철저히 검토한 뒤 수익성이 확실한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은 대규모 프로젝트보다 안정적으로 관리 가능한 규모를 선호하며, 지역 주민들과 협력을 통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방식을 취한다”며 “이러한 접근은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기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