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고병일 광주은행장이 지난 20일 열린 광주은행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자신이 임기 내 달성한 성과들을 잇달아 강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고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로, 그는 현재 연임 마지막 관문을 지나고 있다.
고 행장은 기념사에서 "시중은행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광주광역시 1금고를 수성하며 56년째 굳건히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은행은 지난 10월 KB국민은행의 공세를 뚫고 광주시금고 재유치에 성공,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1금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기간 동안 광주은행은 시 일반·특별회계(10개)와 기금(1개) 등 약 8조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한다. 은행으로선 예금 이탈 위협을 줄여 기존 자금 운용 전략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자체 금고 선정에 있어 지방은행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세인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방 기관영업 확대를 노린 대형은행들의 공세가 어느 때보다 강했다. 고 행장이 이번 기념식에서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치열했다고 밝힌 배경이다. 지난해 50년간 유지했던 조선대학교 주거래은행 지위를 신한은행에 빼앗겼던 고 행장은 광주 1금고 사수로 임기 마지막 해 자존심을 지켜냈다.
고 행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토스뱅크와의 전략적 협업"을 두 번이나 언급, '수도권 영업' 성과도 강조했다. 고 행장은 취임 이후 은행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지역 기반 유지'와 '수도권 영토 확장' 두 가지를 투트랙 전략으로 제시했다.
실제 외연 확장에 있어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올해 9월 말 기준 광주은행의 수도권 대출금 비중은 31.9%를 기록했다. 취임 직전이던 지난 2022년 12월(31.2%)보다 0.7%포인트(p) 상승했다. 수도권 예수금 비중은 21.6%에서 23%로 1.4%p 더 크게 올랐다. 지역에 기반을 둔 JB금융그룹 최대 계열사가 수도권 여수신 비중을 확대했다는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
광주은행이 토스뱅크와 손잡은 '함께대출'이 지난 8월 출시됐음을 감안하면 수도권 여수신 비중은 남은 4분기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함께대출은 지난달 30일 취급액 1500억원을 넘어섰다. 지역 기반을 잡은 고 행장은 연임을 위해 수도권 진출 성과를 통한 외연 확장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광주은행은 연내 25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주은행의 핀테크 플랫폼과의 제휴는 수도권 고객 확대 전략의 핵심이다. 오프라인 영업점 비중을 점차 낮추고 외부 플랫폼의 영향력을 활용해 주 영업 지역인 호남 외의 고객과도 접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고 행장은 디지털 제휴 및 협업 확대를 은행의 '미래 수익원' '새로운 금융영토 확장' 수단이라 보고 있다.
호실적은 고 행장의 연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광주은행은 9월 말 누적 당기순이익 2511억원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2151억원) 보다 16.7% 두자릿수 성장했다.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총 순익(2407억원)을 3분기 만에 넘어선 것이다. 광주은행 최대 실적은 송종욱 전 행장 시절인 2022년 2582억원이다. 고 행장은 은행 자체 최고치 경신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순이자마진(NIM) 하락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광주은행의 올해 3분기 NIM(분기중)은 2.65%로 직전분기(2.73%) 및 연초(2.84%) 대비 0.08%p, 0.19%p 하락했다. 고 행장 취임 직전이던 2022년 4분기(2.9%)와 견줘보면 0.25%p 낮아졌다.
광주은행은 당기순이익의 10%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는 점은 '지방은행'으로선 긍정적이지만, 수도권 영토 확장을 위해선 토스뱅크와 공동대출을 출시한 것처럼 핀테크, 플랫폼 기업과의 시너지 전략을 구체화해 수익성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