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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 이사람] "카뱅 제휴상품, 한 달 줄다리기도...'되는 방향' 늘 고민"

 

[FETV=권지현 기자] 농심, 맥도날드, 지그재그, 하나투어, 쿠팡이츠, 하나증권, 홈플러스...

 

새로운 상품이랄 게 없는 은행권에서 화수분 같은 시도로 다양한 파트너십을 달성해 내는 곳이 있다. 보름에 한번 꼴로 이름, 조건, 내용, 기간 등이 다른 제휴 수신상품을 선보인다. 입소문을 타는 것은 물론, 효과를 톡톡히 본 고객들이 파트너십을 원하는 다른 기업을 역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은행권 가장 부지런하고도 핫한 제휴사업팀이라 할 만하다. 이들 상품의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카카오뱅크 김태훈 제휴사업팀 팀장을 지난 18일 경기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만났다.

 

"다양한 곳에서 여러 경험 누리게 하고파...'질문과 답' 연속"

 

김 팀장은 시중은행을 떠나 3년 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합류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관련 업무를 하던 중 카카오뱅크에서 ATM 관련 사업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모바일 채널과도 뭘 좀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결정을 내렸다. 제휴사업팀이 꾸려지던 올해 초 팀 수장으로 발탁, 현재 한달적금, 26주적금, 미니(mini)26일저금, 저금통, 기록통장 등 카카오뱅크의 5가지 제휴 수신상품을 총괄하고 있다. 

 

"연초 팀이 만들어진 뒤 1~2개월은 계속 회의만 했습니다. 올 한 해 어떤 카테고리의 제휴사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협의물을 만들어야 하는지. 주요 업체들의 1년치 이벤트 리스트를 다 펼쳐놓고 저를 포함해 4명의 팀원들이 계속 머리를 맞댔어요. 출시 적기, 그리고 상품과 상품이 만났을 때 시너지가 나는지 등을 계속 고민하고 전략을 세웠죠." 

 

매주 열리는 제휴사업팀 회의 시간에는 "해보자" "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얘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현재는 내년 상반기까지의 라인업을 두고 논의 중이다.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굉장히 많이 내는 편이라 2~3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팀원들에게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고 말해요. 어떻게 하면 고객이 다양하고도 재미있는 혜택을 받고 파트너사도 좋아할 만한 제휴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계속 던지고 또 답해 나갑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어요."

 

"4개월간의 협상 과정...'신뢰·의미'는 포기할 수 없는 기준"

 

상반기 팀 빌딩을 지나 하반기에야 제휴 상품을 본격 내놓을 수 있었지만, 그 수는 이미 13개에 달한다. 매번 3~4개월 소요되는 쉽지 않은 과정에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했다. "파트너사도 반드시 지키고 싶은 부분들이 있잖아요. 가맹점을 둔 경우엔 가맹점 설득도 해야 하죠.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한 달 이상도 줄다리기를 합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상품 혜택 부분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고객에게 알리고자 하는 반면, 제휴사는 상황에 따라 변동성을 가지길 원할 때가 있어요." 

 

줄다리기를 하다 보면 그제야 "솔직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라는 김 팀장은 포기할 수 없는 협상 원칙으로 '신뢰'를 꼽았다. "금융 상품을 제휴하다 보니 상품 자체를 훼손한다거나 제휴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이 혼란을 겪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제휴사 선택 기준에 대해선 "고객이 혜택을 받았을 때 의미 있는 제휴사"라고 했다. "반응이 좋을 때 보람을 느껴요. '몇 만좌 돌파'처럼 지표가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 사이에서 상품이 회자될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상품이 다양한 만큼 고려사항도 제각각이다. "미니26일저금은 10대가 타깃이라 이들이 좋아할 만한 제휴사를 선정하는데, 실제 올해 수능 다음날 선보인 '노브랜드와 26일저금'이 그 예"라고 했다. 한달적금과 26주적금은 미니와 비슷하지만 리드 타임이 다르다. 저금통 상품은 파트너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나 제품군을 노출하기를 원할 때 주로 활용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소상공인 혜택 논의 중"

 

"팀을 이끌다 보니 리소스 외에도 계속 같은 모습의 제휴를 반복하지는 않을까 고민이 많이 된다"는 그. 라인업이 늘어날수록 과거 행태를 따르지 않고 변화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새로움이 엿보인다. 여러 제휴사들의 혜택을 순차적으로 누리도록 한 '선택하고 혜택받기', 적금·결제·포인트혜택 3가지를 담은 '카카오뱅크x홈플러스' 모두 고민의 결과물이다. '저금통with하나투어' '한달적금with하나증권'은 제휴 카테고리를 여행, 금융업계로 확장시켰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상품은 2020년 8월 출시한 '26주적금with이마트'다. 2주 만에 총 55만6000좌(하루 약 4만좌)가 개설, 완판됐다. 올해로 한정하면 '한달적금with배스킨라빈스' '26주적금with맥도날드'가 인기다. 김 팀장은 "고객들이 빠르게 반응을 보이고 상품에 많이 가입하는 것도 좋지만, 최근에는 가입 좌 수가 많지 않더라도 고객들이 한 상품의 혜택을 온전히 많이 누리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5년 안에 "고객들이 생활 속에서 어떠한 혜택을 누리고 싶을 때 카카오뱅크를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수익성, 그리고 제휴사는 매출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라 매번 고민이 되지만 항상 양사가 피해를 보지 않는 범위에서 고객이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이요? 상품 수 보다 예를 들어 같은 26주적금이라도 제휴 방법과 혜택을 획기적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금융·문화 등 다양한 업권과도 자주 손잡고 싶습니다. 또 개인사업자, 소상공인들이 카카오뱅크 제휴 수신상품을 통해 많은 도움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러 논의도 하고 있어요." 카카오뱅크 제휴사업팀은 다음 달 1일 8명으로 인력을 확충, 새 채비를 갖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