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NH농협은행의 영업력이 한풀 꺾이면서 성장 동력이 둔화하고 있다.
기업금융 이익 체력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농협은행이 리테일(소매금융) 기반이던 영업 전략을 시장 재편에 맞게 이제라도 기업금융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7~9월) 1조6561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6052억원)보다 3.2%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다만 다른 은행과 견줘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고금리 잔존 효과로 신한·우리은행 등 대형은행들은 두 자릿수 성장하며 잇달아 최고 기록을 세웠다.
특히 IBK기업은행과의 순익 격차가 뼈아프다. 기업은행은 올 3분기 1조9946억원의 누적 순익을 기록, 전년 3분기(1조8889억원)보다 5.6% 더 거뒀다. 이에 농협은행과의 순익 차이는 작년 9월 말 2837억원에서 올해 3385억원으로 1년 만에 548억원 더 벌어졌다. 농협은행의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순익을 기준으로 해도 기업은행에 1340억원 뒤처졌다. 순익만 놓고 보면 농협은행 앞에 붙은 '톱(Top)5'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다.
총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농협은행의 부진이 도드라진다. 농협은행의 3분기 총영업이익은 1조9130억원으로 직전 분기(2조294억원)보다 5.7% 감소했다. 농협은행은 2분기 총영업이익 역시 1분기 대비 2.2% 줄어든 바 있다. 5대 은행 중 총영업이익이 2개 분기 연속 하락한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신한·하나은행은 2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이번 3분기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으며, 우리은행은 2개 분기 연속 총영업이익 성장에 성공했다.
농협은행의 총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3분기 이자이익(1조8560억원)이 전분기 대비 757억원(3.9%) 줄어든 탓이 컸다. 농협은행 이자이익은 올해 3개 분기 내내 직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지난 1분기에 전년 4분기 대비 0.6% 낮아졌으며, 2분기에는 1분기보다 2.6% 덜 거뒀다. 이번 3분기에는 분기 감소폭이 1.3%포인트 더 커졌다. 올해 들어 농협은행이 이자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대출자산'과 무관치 않다.
중소기업 대출자산 증가율에서 농협은행은 대형은행 최하위권이다. 9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88조7301억원으로 연초(85조9091억원) 대비 3.3%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8.6%, 7.1% 증가했으며, 국민은행(4.8%)과 하나은행(3.9%)도 농협은행을 웃돌았다. 농협은행의 연초 대비 중소기업 대출자산 증가율은 9월 말 기준 지난 2022년 10.9%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으나 이듬해 4.2%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는 3%대 초반으로 더 내려왔다.
농협은행의 중소기업 거래선이 탄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정부 규제로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린 대형은행들은 대기업 및 국가 산업단지 입주 기업 등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기업금융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 대출자산을 늘리기 위해선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부문의 대출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는 농협은행이 이전과는 다른 영업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보다 더욱 정교한 기업금융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농협은행 영업력은 그간 리테일에 무게를 둬왔는데, 기업금융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전략은 농협은행의 성장 동력 확보에 한계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기업은행의 경우 제조업·도소매업 등 중소기업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외형성장 속도를 끌어올렸고, 이는 농협은행 순익을 넘어서는 밑거름이 됐다. 9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기업금융 규모는 109조7636억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적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우수·우량한 기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올해 조직개편에서 기업투자금융부문을 기업금융부문, 투자금융부문으로 세분화하고, 기업고객부를 중소기업고객부, 대기업고객부로 분리했는데, 이를 통해 기업금융 전문성 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