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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반도체 이어 AI에서 엇갈린 삼성과 SK 행보

 

반도체 라이벌 삼성과 SK가 최근 인공지능(AI) 영역에서도 엇갈린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이 좀 더 내실을 다지는 쪽을 선택했다면, SK는 좀 더 외연을 넓이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삼성 AI 포럼 2024'을 지난 4, 5일 이틀간 개최했다. SK도 같은 기간 'SK AI 서밋 2024'를 개최했다. 두 행사 모두 인공지능(AI)에 관련된 행사다. 하지만 삼성은 AI 포럼을 비공개로 진행한 반면, SK는 AI 서밋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행사로 진행했다. 

 

양사는 지난 몇년간 비슷한 행사를 이 시기에 치뤄왔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AI 포럼을 열어 올해로 AI 행사만 8회째다. SK는 지난 몇년간 SK ICT 테크 서밋, SK 테크 서밋 등을 개최했다가 올해부터 SK AI 서밋으로 이름을 바꾸고 AI를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AI 포럼을 공개적으로 진행했다. 올해 삼성은 산학계 관계자만 초청해 비공개 형태로 진행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포럼에 요수아 벤지오를 비롯해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옥스퍼드대학교 등에서 세계적인 AI 석학들과 AMD, 메타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AI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참석자들의 수준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행사를 축소해, 대중들에게 비공개를 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갤럭시 AI, AI 반도체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영역 모두 강력한 AI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였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반면 SK는 테크에서 AI로 주제를 변경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기조연설을 하는 등 이번 행사에 큰 힘을 준 것이 확실히 보였다. 

 

아울러 세계 최대의 AI 기업 중 하나인 엔비디아, 최대의 파운드리 회사인 TSMC, 그리고 최대의 AI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영상으로라도 모두 섭외하며, 국내 기업이 단일 주최한 SK AI 서밋을 글로벌 행사로 한층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행사에 최태원 회장은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16단 HBM3E 제품의 출시를 공식화하는 등의 '깜작 발표'를 하며 행사에 대한 업계와 대중의 시선을 잡았다.

 

같은 기간 SK가 AI 서밋이라는 행사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동안 삼성전자의 AI 포럼은 행사 그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지는 못한 셈이다. 

 

다만 학술적인 목적의 '포럼'과 관계 지향적인 '서밋'이라는 행사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서로 다른 두 행사를 단순히 1:1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론은 아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에 '같은 주제'로 열린 그룹의 서로 다른 행보는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주제다.

 

무엇보다 최근 HMB 때문에 두 그룹의 주력 영역인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차세대 먹거리인 AI 부문에 대한 접근법에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DS부문보다 3조원 이상 앞서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8조3600억원, SK하이닉스는 8조3545억원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이 다소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3분기 HBM3E라는 고성능 AI용 메모리 반도체의 성패에 따라 삼성전자 DS부문 12조2200억원, SK하이닉스는 15조3845억원의 영업익을 거두면서 SK하이닉스가 역전을 하게 됐다. 

 

SK하이닉스가 이렇게 높은 영업이익을 거둔 데는 HBM의 앞선 기술력도 있지만, HBM 개발을 위해 고객사인 엔비디아, 제조사인 TSMC와의 파트너십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SK는 이번 SK AI 서밋에서 엔비디아, TSMC와의 서로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굳건한 '3각 동맹'을 과시했다. 

 

이렇게 강렬한 '킥'을 보여준 SK의 공격적인 대외 활동과 비교해, 삼성전자의 행보는 '슴슴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