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은 2025년 정기인사에서 신세계와 이마트부문의 ‘계열분리’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정용진 회장에 이어 정유경 총괄사장도 회장에 오르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이에 따른 인사를 단행했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향후 전략을 FETV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FETV=김선호 기자] 신세계그룹은 최근 발표한 ‘2025년 정기인사’에서 처음으로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이마트를 주축으로 포진한 계열사가 속한 ‘이마트부문’과 신세계와 종속기업이 있는 ‘백화점부문’이 각각 이명희 총괄회장의 아들 정용진 회장, 딸 정유경 회장으로 나뉠 전망이다.
2025년 정기인사에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후 2023년 기준으로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원을 넘어서는 등 비약적인 성과를 일궈내는 등 국내 최고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올해가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고 그간 물밑에서 준비한 계열분리를 시작하는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이마트‧백화점부문을 신설한 게 계열분리의 초석이었다.
각 조직은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부문’,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부문’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수행했다. 현 지휘체계를 보면 이마트부문은 현재 신세계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 백화점부문은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조직에 맞춰 2025년 정기인사에서 정유경 회장의 직급을 정용진 회장과 동등하게 맞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유경 회장이 기존 총괄사장이라는 점을 비춰보면 부회장 직급을 거치지 않았고 올해 초 정용진 회장에 이어 바로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가운데 정유경 회장이 올해 집무 공간을 새롭게 조성하기 위한 지역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 서울 중구 장충동이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장충동에는 기업연수원으로 사용되는 '신세계 남산'이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신세계 남산은 본래 신세계건설 본사가 위치했던 곳이다. 현재는 신세계가 부지를 양도받아 기업연수원을 세웠다.
서울 장충동은 범삼성가의 종가와 같은 지역이기도 하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53년 작고하기까지 살았던 곳이다.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의 오너가로서도 서울 장충동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의 신혼도 장충동에서 보냈다.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의 자녀인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어린 시절을 보낸 지역으로도 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을 일궈낸 오너가의 발생지이기도 한 셈이다.
때문에 정유경 총괄사장도 장충동에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집무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세계그룹의 모태가 된 ‘신세계’를 이어받은 정유경 회장이 집무 공간 또한 오너가가 뿌리를 내렸던 장충동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진 회장의 집무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센터필드에 있다. 센터필드는 강남 르네상스 호텔을 재건축한 것으로 이마트부문에 속한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신사업 추진을 위한 도안을 그렸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마트‧백화점부문을 신설한 2019년에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SSG닷컴이 출범했다. 2018년 이마트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한 후 신세계의 ‘신세계몰’을 흡수한 시기다. 이후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에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이전 신세계그룹의 주력 계열사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2020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증여받으면서 주력 계열사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마트부문은 정용진 회장, 백화점부문은 정유경 회장으로 굳어졌다. 시기적으로 보면 최대주주 변경 후 이마트부문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하는 등 신사업 추진과 사업구조 변화에 몰두했고 백화점부문은 기획전략본부를 확대개편하는 등 기획‧전략 역량을 제고했다.
백화점부문은 2019년 신설됐지만 2022년 정기인사에서 기획전략본부를 확대개편하면서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모습을 갖췄다. 기획전략본부는 이전 1명의 임원이 있다가 2022년 정기인사를 통해 본부장을 포함한 5명의 임원이 있는 조직으로 커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신세계그룹은 계열분리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만큼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 간 경영전략과 의사결정 구조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용진 회장의 센터필드와 정유경 회장의 새로운 '집무 공간'이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백화점은 출점한 지역에서 압도적인 경쟁력, 이마트 역시 153여개 점포망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대형마트로 자리매김했다”며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가 계열분리를 통해 성장 속도를 배가시킬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