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석주원 기자]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AI(인공지능)에 집중하는 가운데 AI 서비스의 유료화 전환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AI 서비스 유료화에 속도를 내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서비스가 공개된 이후 생성형 AI는 빅테크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막대한 AI 개발 비용 대비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면서 올해 상반기부터 AI 거품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가장 앞서 있는 AI 기업 오픈AI는 AI 개발과 운영 비용으로 올해 약 50억달러(약 6조8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픈AI는 이미 지난해 2월, 챗GPT의 증가하는 운영비 충당을 위해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20달러(세금 별도)의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유료 이용자에게 더 원활한 접속과 최신 GPT 엔진을 먼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오픈AI의 월매출은 3억달러(약 4100억원)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챗GPT의 유료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매출도 빠르게 증가 중이다. 다만, 이러한 매출 신장에도 불구하고 오픈AI의 적자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매체에서는 AI 개발 비용과 운영 비용 역시 증가함에 따라 2029년은 되어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영리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고 향후 5년간 챗GPT의 구독료를 지금의 두 배까지 올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오픈AI의 가장 큰 투자사이자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해 자체 AI 서비스인 ‘코파일럿(copilot)’을 선보이고 올해 초부터 유료화 서비스도 시작했다. 가격은 챗GPT 플러스와 동일한 월 20달러로 유료 버전 사용 시 MS 오피스 제품군과 연동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재러드 스파타로(Jared Spataro) MS 부사장은 지난 8월, 해외 매체를 통해 지난 분기 코파일럿의 고객이 60% 이상 증가했으며 일일 사용자 수도 두 배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대규모 인력을 보유한 기업 고객의 크게 늘어 업무용으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고로 AI 기술의 놀라움을 선사해 줬던 구글 딥마인드의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Gemini)’도 올해 초부터 유료화 서비스인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를 선보였다. 최근 구글은 모바일 기기용 음성 비서 서비스 ‘제미나이 라이브’도 공개했는데 이 역시 유료 서비스로 제공될 예정이다.
한발 앞서 스마트폰에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도 빠르면 2026년부터 AI 서비스의 유료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사인 애플은 빅테크 기업 중에서는 조금 늦게 자체 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는데, 유료화 역시 좀 더 여유를 두고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아마존의 AI 음성 비서 ‘알렉사’도 최근 생성형 AI를 적용한 유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한편,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비스 유료화를 주도하면서 국내 AI 기업들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네이버는 AI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의 업무용 유료화 버전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AI 수익화에 나섰다. AI 기업으로의 이미지 전환에 나서고 있는 한글과컴퓨터는 한컴오피스에 AI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
통신사 중 가장 먼저 AI 서비스 ‘에이닷’을 선보인 SK텔레콤은 최근 에이닷과 ‘T전화’를 통합한 후 기존에 제공하던 통화 요약 기능을 월 30회로 제한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아직 유료화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에이닷 유료화 모델을 위한 시장 조사가 아니냐는 추측이다.
최근 AI ‘익시(ixi)’를 공개하며 한발 늦게 AI 서비스를 시작한 LG유플러스는 아직 유료화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SK텔레콤 에이닷의 유료화 전략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AI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KT는 내년 상반기가 되어야 구체적인 AI 사업화의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